하도급 근로자 책임지라는 건 '사적 계약' 간섭…위헌소지
재계는 당 · 정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사내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고용을 원청기업이 책임지라는 것은 기업 경영권을 침해하고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9일 성명서를 내고 "원청기업과 하도급회사는 근본적으로 별개 회사"라며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하도급회사의 정규직 근로자이지 원청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불법파견자의 직접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과잉입법으로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도급 근로자 책임지라는 건 '사적 계약' 간섭…위헌소지
고용노동부의 '2010년도 사내하도급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의 사내 하도급 근로자는 현대 · 기아자동차 9044명,한국GM 4244명 등 총 1만4465명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은 5297명,조선은 이보다 10배 많은 5만1427명에 이른다. 300인 이상 사업장 기준으로 33만명가량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 지위와 관련한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실질적으로 현대차 지휘를 받는 '파견근로자'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으로 최종 판결이 나 원청업체들이 직접 고용하게 되면 엄청난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박종남 조사2본부장은 "노동시장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며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함으로써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인상 자제,직무와 성과에 따라 임금을 주는 직무급 · 성과급제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500인 이상 제조업체 중 59.9%가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일본은 불법파견이어도 특정한 경우에만 직접 고용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직접고용 강제가 단기적인 고용안정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 임원은 "기업단위로 비정규직 현황을 공개하는 '고용형태 공시제도'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내고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이라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차별요인에 대한 사전발굴 시정,임금 가이드라인 제정 등 강제조치는 기업에 과도한 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주40시간제,퇴직급여 등 각종 노동관련법이 중소기업에 확대 적용되면서 소규모 사업장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는 시점"이라며 "제도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