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감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결국 고개를 떨궜다. 박 장관은 9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확정된 세제개편안에서 일부 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을 결국 내리지 못했다"며 "대외 경제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을 덜어드리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현실에서 기업의 혁신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세율은 내리지 못했지만 규제를 없애고 각종 문턱을 더 낮춰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곧 추석연휴가 시작되는데 물가가 많이 올라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그나마 걱정했던 사과 값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 위안이 된다"고 했다.

박 장관은 아울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5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이후 이제 뉴욕(빅 애플)의 동향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흔히 '이브의 사과'(성경 창세기) '뉴턴의 사과'(과학) '세잔의 사과'(미술) 등을 인류사에 큰 영향을 끼친 사과로 꼽는데 최근에는 스마트 혁명을 주도하는 애플사와 함께 빅 애플이 역사의 스포트라이트에 섰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노키아의 추락이 핀란드 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져왔지만 미국은 신용등급 하락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애플 등 주요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에 힘입어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 · 호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대응방향'과 '한 · 남아시아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 등 세 가지 안건이 논의됐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