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특허전쟁 "로열티도 싫다…이번에 결판 내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산업간 영역 붕괴로 분쟁 촉발…특허 M&A로 확전
삼성-애플간 전면전 이어 구글·MS 진영도 가세
삼성-애플간 전면전 이어 구글·MS 진영도 가세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 간 특허전쟁이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처럼 상대 진영을 말살시키는 양상을 띠고 있다. 단순 로열티 수입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궤멸적 타격을 입히겠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 삼성-애플 간 전면적인 특허전쟁과 별개로 최근 구글 진영의 HTC가 애플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그동안 잠잠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글 진영의 모토로라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특허분쟁이 제조사들의 영역에서 스마트 시대의 패권을 노리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전장터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대리전에서 전면전으로
지난 7일 대만 휴대폰 업체 HTC는 애플이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HTC는 지난해부터 애플이 제기한 특허 소송에 계속 시달려왔다. HTC는 이 소송을 위해 이달 초 구글로부터 9건의 특허를 매입했다. HTC는 지난해 미국에서 불과 5건의 특허를 획득했을 정도로 고유 기술이 없어 특허 전쟁의 대표적인 약자로 꼽혔다.
하지만 구글의 특허를 빌리는 방식으로 반격에 나섰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게임의 규칙이 바뀌고 있다"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한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첫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말 MS는 모토로라가 개발한 스마트폰들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혐의로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표면상 모토로라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사실상 구글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겨냥한 게 분명하다.
◆일거에 무너진 업종 간 경계
전문가들은 지금의 특허 전쟁이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연구원은 "웬만한 주요 기업들이 모두 연관돼 있는 데다 합의 대신 상대방의 완전한 패배를 노릴 정도로 '독하게' 소송에 임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기존 특허 분쟁은 특정 산업 분야에만 국한돼 있었고 보통 두 기업이 소송전을 벌이다가 중간에 합의하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촉발된 IT산업의 변화가 이번 특허 전쟁의 원인으로 꼽힌다. 애플 구글 MS는 이전까지만 해도 특허권을 놓고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아니었다. 컴퓨터(애플) 인터넷(구글) 소프트웨어(MS) 등으로 핵심 분야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앞세워 스마트폰 사업에 진출했고,구글도 애플에 대항하고 싶어하는 휴대폰 업체에 스마트폰용 OS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MS도 새롭게 윈도7 OS를 내놓고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잇따르는 특허 M&A도 호전성 키워
변화되는 IT산업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들의 특허가 잇따라 매물로 나오고 있는 것도 특허 전쟁이 확산되는 또 다른 원인이다. 카메라 업체 코닥은 최근 1100여건의 자사 특허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안토니오 페레즈 코닥 사장은 "태블릿PC 제조업체들에 매력적인 특허"라고 말했다. 코닥은 1980년대부터 디지털 카메라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 상당수의 원천 기술 특허를 갖고 있다. 애플 MS 리서치인모션(RIM) 에릭슨 등은 7월 파산한 캐나다 통신기업 노텔의 특허 6000여건을 45억달러에 인수했다.
대표적인 특허 괴물 가운데 하나인 인터디지털도 매물로 나왔다. 인터디지털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국제 표준 제정에 참여할 정도로 상당한 기술을 갖고 있다. 보유 특허는 8800여건이다. 삼성전자 등 휴대폰 업체들에 거액의 로열티를 매년 받고 있기도 하다. 인터디지털의 주식 시가총액은 30억달러 정도다. 애플 퀄컴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