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체인 대만 난야가 결국 감산(減産)에 들어갔다. D램 가격이 끝없이 추락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업계에선 난야를 시작으로 일본 엘피다메모리,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대만 이노테라 등도 감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한국 기업들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D램값 급락…벼랑 끝 몰린 후발주자

대만 IT전문사이트인 센스닷컴은 "난야가 9월 범용 D램 생산량을 10% 줄이기로 했다"고 8일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난야가 범용 D램 생산물량을 줄이는 대신 서버용과 태블릿PC용으로 쓰이는 D램 물량을 늘리는 사업조정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올 들어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 가운데 감산 결정을 내린 곳은 난야가 처음이다. 난야는 지난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의 4.7%를 차지하는 5위 업체다.

난야의 감산 결정은 D램 값 급락 탓으로 보인다. 시장 주력제품인 DDR3 1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12월 이후 1달러 밑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후반기에는 0.52달러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 등 모든 반도체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난야 등 후발주자들은 매분기 막대한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후발주자들의 추가 감산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시장에선 엘피다메모리와 마이크론,파워칩,렉스칩 등이 이미 라인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생산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D램 고정거래가격이 0.52달러라는 건 칩을 만들어도 재료값도 못건진다는 얘기"라며 "9월 이후 일부 후발주자들은 어쩔 수 없이 감산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 2차 구조조정 시작되나

난야의 감산이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2차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체들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너도나도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치킨게임'을 벌였고,그 결과 독일 키몬다가 2009년 파산하는 1차 구조조정을 겪었다. 키몬다에 이어 일본 엘피다와 파워칩,마이크론과 난야 등도 합종연횡을 통해 생존을 모색해왔다. 공급과잉이 도화선이 됐던 1차 구조조정과 달리 2차 구조조정은 수요 부족이 원인이다. 미국과 유럽 경기침체로 IT기기 수요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업계는 결국 2차 구조조정의 승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부족 상황에서 생산성이 좋은 미세 나노공정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는 점에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40나노 이하 공정물량이 전체 생산량의 50% 이상에 이르는 데 비해 엘피다와 난야,마이크론 등은 아직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50나노 이상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상승하는 것도 이런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수요부진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 충격을 누가 더 오래 버텨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40나노와 30나노 공정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이번에도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