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중앙은행(SNB)이 6일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겠다고 발표한 뒤 스위스프랑 가치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스위스에서 돈을 많이 빌린 동유럽 국가들은 상환 부담이 줄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지만,SNB가 오랜 기간 환율 방어에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유로당 스위스프랑 환율은 5일 1.108스위스프랑에서 7일 1.203스위스프랑으로 상승(통화가치 하락)했다. 스위스프랑 가치 하한선을 유로당 1.20스위스프랑으로 고정하겠다고 한 SNB의 조치가 일단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SNB는 스위스프랑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무제한으로 유로화를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위스 기업들뿐만 아니라 동유럽 국가들과 프랑스 일부 지방정부들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에서는 스위스프랑으로 표시된 외화 대출을 받는 게 유행이었다. 스위스 금융권 이자가 낮았기 때문에 환율을 감안하더라도 스위스프랑 대출이 유리했다. 폴란드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자의 53%,헝가리는 64%가 스위스프랑 대출을 받았다.

생트로페,생테티엔 등 프랑스 지방정부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생트로페시는 2007년 670만유로 상당의 스위스프랑 대출을 20년 만기로 받았다. 이 대출은 처음 5년간은 연 3.94%의 고정금리가 적용되지만 이후부터 이자율이 스위스프랑 가치와 연동하는 변동금리로 바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07년에 비해 현재 유로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가 30% 이상 올랐다"며 "이대로라면 내년 5월부터 생트로페시가 내야 하는 이자는 연 23만4000유로에서 160만유로로 7배 가까이 뛴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스위스프랑의 가치가 떨어지면 생트로페시가 내야 하는 이자도 그만큼 줄기 때문에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SNB의 환율 방어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민간은행인 율리우스베어는 "SNB가 매일 665억~831억유로를 써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의 투기성 자금이 스위스프랑에서 빠져나와 또 다른 안전자산인 일본 노르웨이 덴마크 등의 통화로 쏠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브라질 싱가포르 등 신흥시장 통화 가치도 상승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요미우리신문은 "엔화의 경우 시장에서의 하루 거래량이 4조달러에 달하는 등 고정환율제로 전환하는 게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고정환율제는 브라질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태훈/장성호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