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올해 세제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다.많은 세제 전문가들은 변칙적인 상속·증여세 회피를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세할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하지만 정부는 증여세 과세를 강행키로 했다.



예상했던 대로 정부 방안은 허점이 많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한 세제 전문가는 “과거 참여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를 만든 것처럼 정부가 ‘공생발전’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행

기획재정부는 특수관계인 간의 일감 몰아주기 거래를 증여로 의제해 영업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매기기로 했다.일감을 받은 수혜법인의 사업연도별 매출거래 가운데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할 경우 과세하기로 했다.대상자는 수혜법인의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지배주주와 그 친족으로 정했다.



과세표준은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에 ‘일감 몰아주기 거래비율’(거래비율-30%)을 곱하고 다시 3%를 넘는 주식보유비율을 곱한 것이다.여기세 증여세율(10∼50%)을 곱하면 내야하는 세금이 나온다.증여로 의제하는 시기는 각 사업연도 말이다.이중과세를 조정하기 위해 주식을 양도할 경우 증여세로 과세된 부분은 빼주기로 했다.내년 1월1일 이후 개시되는 사업연도 거래분부터 해당돼 소급 적용은 하지 않는다.

◆허점 많아 논란 커질 듯

재정부는 주식가치 증가분 과세나 영업이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배당소득세 분리과세,손금불산입 등 그동안 논의됐던 방안들 가운데 영업이익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그러나 이 역시 불완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일감 몰아주기와 영업이익이 정비례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재정부는 일감 몰아주기는 매년 계속적·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수혜법인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자의적 기준이 많이 요구되는 주가상승 이익보다 훨씬 합리적이라는 것이다.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이해하기 힘들다.똑같은 일감 몰아주기를 하더라도 영업이나 마케팅 등의 다른 요인에 의해서 영업이익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감을 몰아받지 않은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까지 부당하게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가령 A,B라는 두 개의 사업 부문을 가진 기업이 A부문에서의 일감 몰아받기로 된 과세 대상이 된 경우 B부분의 영업이익까지 과표에 포함된다.이에 대해 백운찬 재정부 세제실장은 “통상 일감 몰아주기 수혜기업은 사업 부문이 한 개”라며 “또 영업이익과 완전히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매출액 30%’ 등의 기준을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매출액 30%나 지분율 3% 등을 일률적으로 정한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다른 법에서 30%를 기준으로 증여세 과세 여부를 판단한다는 식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줄소송 등 부작용 우려

세제 전문가들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입을 모았다.‘과세는 불분명하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세제의 기본 원칙이다.그런데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과세 대상이나 과표 모두 명확히 가려내기가 힘들다.



박명호 한국조세연구원 세정연구팀장은 “사업 특성상 등의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에 억울하게 포함되는 기업들이 대거 나올 수 있다”며 “법률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증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이경환 납세자연맹 변호사는 “현행 법률로 일감 몰아주기를 과세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든지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의 반발과 소송 등 부작용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 교수는 “제도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소송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결국 헌법재판소에 가면 위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박 교수는 “정부가 민심을 얻기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과세를 강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