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에 맞서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엔화 가치를 낮췄을 때는 언제였을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00년 이후 일본 정부가 하루 1조엔 이상을 투입해 엔화 가치 하락을 시도한 11번 가운데 가장 비용을 적게 들인 것은 2003년 5월19일로 나타났다고 6일 보도했다.

2003년 초 달러당 120엔대였던 엔화 가치가 117엔대까지 오르며 수출기업을 압박하자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5월19일을 D데이로 정하고 1조401억엔을 도쿄 외환시장에 풀었다. 결국 엔 · 달러 환율은 2.6엔 상승하며 엔고 흐름이 차단됐다. 환율을 1엔 올리는 데 3925억엔이 소요된 셈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 금융위기로 엔화 가치가 치솟았던 지난 8월4일 개입은 가장 효율이 낮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76엔대까지 치솟자 재무성은 4조5129억엔을 쏟아부어 3.31엔을 낮췄다. 엔화 가치를 1엔 낮추는 데 든 비용은 1조3634억엔이었다. 2003년 5월과 비교하면 3.5배 가까이 들었다.

니혼게이자이는 "당시 개인투자자와 수출기업들은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규모 개입에 나설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며 "엔화가 대거 공급됐지만 엔화 수요도 함께 급증하면서 엔화 가치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가 또다시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리투카 나오키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문에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취급받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비효율적인 개입은 정부 재정에 미치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