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미국 고용지표 부진 소식에 급락하며 1800선 아래로 다시 밀려났다.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선 가운데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기관 매물이 4000억원 이상 쏟아지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5일 코스피지수는 81.92포인트(4.39%) 떨어진 1785.83으로 마감됐다. 하루 낙폭으로는 지난달 19일(115.70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

급변하는 장세에 대응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기관마저 주식 비중 축소에 나서면서 증시 반등을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안개장세 '피하는 게 상책'

이날 오전만 해도 기관 순매도 규모는 1000억원 안팎에 그쳤다. 외국인이 꾸준히 매물을 쏟아낸 가운데 시장을 관망하던 자산운용사들이 오후 들어 '팔자'에 가세하면서 코스피지수는 순식간에 30포인트 가까이 추가 하락했다.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기관은 모두 4341억원을 내다팔았다.

전문가들은 반등하던 국내 증시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다시 급락하자 기관들이 서둘러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지난달 하락 국면에서 매도 기회를 놓친 기관들이 최근 반등폭이 컸던 자동차 화학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매물을 쏟아냈다는 분석이다.

임정석 산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변동성이 워낙 큰 상황이라 추세를 갖고 매매하기가 힘들다"며 "지난달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많아 일부 매수에 나서기도 하지만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많이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지난달에만 2조5914억원이 유입됐다. 하지만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 편입 비중은 90.80%로 한 달 전에 비해 오히려 1.90%포인트 낮아졌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89.21%) 이후 최저치다.

◆"매수 전환은 10월에나 가능"

외국인 부재로 수급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지수가 반등할 때마다 기관 매물이 증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문제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상반기 주식을 매수했던 기관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반등할 때마다 포트폴리오 정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백 레오투자자문 대표도 "미국 등 글로벌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 9월 한 달간은 코스피지수 1800선 전후에서 저가 매수해 1900선 근처에서 주식 편입 비율을 줄이는 전략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경기부양책 발표나 유럽 국채 만기 등 이번달 예정된 주요 이벤트들이 지나간 후에는 기관의 매수 전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보유 현금이 늘어난 데다 주요 종목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여서 '사자'가 본격화될 경우 규모도 클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내수업종 위주의 투자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수가 재개되면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 등 주도주에 '사자'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