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 유병훈 "관중 함성 익숙하지 않아 더 긴장"

"장애인 올림픽보다 더 긴장됐어요."
경기장 곳곳에서 여자 높이뛰기 결승, 남자 창던지기 결승이 펼쳐지고 있던 3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의 몬도 트랙에 휠체어가 등장했다.

휠체어를 탄 8명의 선수가 예선 없이 바로 결선을 치르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이벤트 종목인 남자 휠체어 T53 400m에 한국의 유병훈과 정동호가 나섰다.

T는 트랙을 의미하고 53은 허리를 쓰는 데 불편함이 있는 장애 상태를 의미한다.

관중석의 육상 팬들은 휠체어에 탄 한국 선수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경기장 전광판에 등장하자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에 나선 유병훈과 정동호는 관중의 환호성에 메달로 보답했다.

유병훈은 50초69의 기록으로 49초36을 기록한 리처드 콜먼(호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유병훈과 함께 달린 정동호는 50초76으로 3위에 올랐다.

이로써 유병훈과 정동호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첫 메달을 땄다.

두 사람이 2·3위 시상대에 함께 올라 관중이 느끼는 감격의 강도는 더했다.

출발이 약하다는 평을 듣는 유병훈은 긴장감으로 경기 초반에 중위권 이하로 처지며 정동호에게도 밀렸지만 중반 이후 스피드를 올리고 막판에 폭발적인 스퍼트를 내면서 정동호를 앞지르고 2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모든 코너를 돌고 난 340m 지점에서 선수들이 폭발적인 스퍼트를 내며 경쟁하는 장면은 이 종목의 하이라이트였다.

유병훈은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팀 동료 정동호를 간발의 차로 앞서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안타깝게도 1위로 치고 나간 호주의 리처드 콜먼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유병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며 "홈 관중이 꽉 들어찬 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치는 건 처음이었다.

장애인 올림픽에서보다 더 긴장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 랭킹 3위인 유병훈은 17년 동안 장애인 육상 선수 생활을 하며 이미 여러 차례 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베테랑이다.

그는 "평소에 달리던 때랑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관중의 함성이 익숙하지 않아서 긴장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친 시상대 꼭대기에 선 호주의 리처드 콜먼 양 옆에 유병훈과 정동호가 올라섰다.

드디어 메달 수여식이 시작되고 유병훈과 정동호가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기 게양대에는 호주 국기와 태극기 두 개가 걸렸다.

스타디움에는 호주 국가가 울려 퍼졌지만 대한민국의 관중은 태극기를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대구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