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이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요구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 불황 등 경영 조건이 악화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에 이어 미국 금융회사들로 위기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미국 최대 은행인 BoA에 경영 상황이 악화할 경우 실행할 수 있는 비상계획 제출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Fed가 시중은행에 비상계획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손실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불거진 대규모 모기지 관련 소송이 BoA에 새로운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BoA는 지난 6월 모기지 연계 증권에 대한 투자로 손실을 본 기관투자가들에게 85억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Fed의 요구에 대해 BoA 경영진은 메릴린치증권의 실적과 연계한 주식을 발행하는 등 비상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BoA가 상황이 악화할 경우 금융위기 직후 인수한 메릴린치증권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WSJ의 보도에 대해 연방중앙은행과 BoA 모두 언급을 거부했다.

Fed가 비상계획을 요구한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BoA는 최근 위기설에 휘말리며 주가가 급락하고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BoA는 지난 2분기에 88억3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주가도 올 들어서만 60% 넘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BoA는 최근 워런 버핏으로부터 50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지원받고,중국건설은행(CCB) 지분을 매각하는 등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서기도 했다. 또 직원 해고와 모기지 중개사업부 매각 등의 계획도 발표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