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재계 총수들이 대부분 말을 아꼈다.

31일 낮 12시 남대문로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는 '공생발전, 건강한 기업 생태계 만들기'라는 주제를 놓고 이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회의 시작 30분 전 쯤 가장 먼저 도착한 조양호 한진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들어갔고, 구본무 LG회장, 허창수 GS 회장 등도 서둘러 회의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장 먼저 말문을 연 것은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이었다. 민 회장은 "민관 공동으로 중소기업과 공동기술개발을 위한 300억원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며 "협력사 자금지원과 아산나눔재단을 통해서도 공생발전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재 50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잘된 일"이라며 "좋게 생각해달라"고만 당부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공생발전에 대해 발표할 새로운 내용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고 짧막하게 답한 뒤 들어갔다.

최태원 SK 회장은 "SK텔레콤이 (1.8GHz) 주파수 경매에 너무 많은 자금(9950억원)을 써서 하이닉스를 인수할 여력이 있겠느냐"고 묻자 "허허" 웃기만 했고 SK텔레콤과 주파수 확보 경쟁을 벌였던 KT 이석채 회장 또한 "뭘 그런걸"이라며 말을 아꼈다.

강덕수 STX 회장은 "준비한 것이 없다"고 일축했고,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열심히 잘 하겠다"고 답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나중에 들어가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회의장에서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 회장의 사재 출연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예정됐던 시간보다 30분 가량 늦은 2시 25분께 회의장에서 나온 총수들은 "회의 분위가 어땠느냐"는 물음에도 달리 언급을 하지 않았다. 조양호 한진 회장만이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고 짧게 답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