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를 거듭해 오던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환매 악몽에서 벗어나 최근들어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9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로 2조3227억원이 순유입되며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최대 순유입 규모를 기록했다.

8월 들어 지난 2일과 9일 단 이틀을 제외하고는 줄곧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들어온 것이다.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인 이후에도 펀드 투자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저가매수에 나서는 펀드 '스마트 머니'들이 대거 증시로 유입됐다.

최근 펀드 유입금액은 유출금액보다 4배 정도 많은데, 이 정도의 자금유입 강도는 2007년 7월과 11월 두차례밖에 없었다.

금융위기 이후 가파른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펀드업계에 부담을 줬던 꾸준한 펀드 환매가 진정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은 주가 급락에 따른 비자발성 매수 자금일 가능성도 있지만 자금유입 강도가 의외로 강하다는 점은 눈여겨 볼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8월 들어 지수 하락에 따른 스마트 머니 성격의 자금이 유입됐다"며 "특히 2009년 이후 나타났던 펀드 환매의 고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0조원 넘는 자금이 펀드에서 빠져나가면서 금융위기 당시 손해봤던 자금들은 크게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해외펀드 등에서 대량 환매가 지속되면서 시중에 풍부해진 자금이 저가매수 시기를 틈타 국내 펀드로 유입됐다"고 풀이했다.



이 기간 펀드 투자자들은 설정액 규모가 큰 '스테디셀러' 펀드에 주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평가사 에프앤스펙트럼에 따르면 8월 들어 지난 30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별 자금 순유입 규모 상위 10개 펀드 중 2개 펀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설정액이 5000억원 이상이었고, 1조원을 넘어서는 펀드도 3개나 됐다.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펀드는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 펀드로 8월 이후 1611억원이 순유입됐다. 설정액이 1조1000억원 이상인 대형 펀드로 지난 29일 기준 한달 수익률이 -13.91%로 코스피 지수 등락률(-17.48%)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동일계열 펀드 중 항상 상위 5% 안의 좋은 수익률을 유지해왔으며 판매채널도 많아 투자자들이 선호한 것 같다"며 "하루에 적게는 30~40억원, 많게는 100억원 정도씩 꾸준히 돈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KB코리아스타' 펀드와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 펀드로도 각각 1528억원, 1123억원씩 자금이 들어왔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KB코리아스타 펀드는 단기 고수익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추구하는 가치형과 성장형의 혼합 펀드"라며 "지수가 떨어질 때마다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 펀드는 성장성 높은 대형주 30여개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로 올해 상반기 높은 수익률을 올렸으나, 최근에는 지수 급락으로 시장보다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형주에 대한 저가매수세와 반등기대감에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펀드 전문가들은 자금유입 추이도 펀드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최근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펀드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양호한 자금 흐름은 펀드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왜 자금이 몰리느냐에 초점을 두고 펀드를 고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