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대형 상장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기준 매출이 17% 증가했음에도 순이익은 오히려 7% 감소했다. 2분기엔 순손실을 낸 기업이 6개 중 1개꼴로 확대되는 등 상장사들의 실적이 1분기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은 감소

30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법인 151개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709조137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02조8683억원)에 비해 17.63%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51조4191억원으로 같은 기간 6.10% 감소했다. 순이익은 7.49% 줄어든 41조6726억원이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연결기준 매출은 361조94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72%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4조5258억원으로 15.56% 급감했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간주하고 지배회사가 종속회사의 재무 수치를 통합해 작성하는 재무제표다. 종속회사가 없는 기업이 작성하는 '개별재무제표'나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지배회사가 자체 실적만 갖고 작성하는 '별도재무제표'와 구별된다.

올 상반기 연결재무제표는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일반 법인과 금융회사 등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작성했다.

수익성 지표들도 일제히 나빠졌다.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25%로 작년보다 1.83%포인트,매출액 순이익률은 5.88%로 1.60%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정미영 한국거래소 공시총괄팀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LCD(액정표시장치) TV 등 전자제품 가격이 약세를 보인 데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상승해 대형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2분기엔 6개 중 1개꼴로 순손실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도 수익성이 나빠지긴 마찬가지였다. 분석 대상 기업의 별도기준 상반기 매출은 442조8231억원으로 작년보다 7.6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2조9726억원으로 13.19% 줄었다.

동일 기준으로 올 상반기 134개사(88.74%)가 순이익을 낸 반면 17개사(11.26%)는 순손실을 냈다. 2분기에는 순손실을 기록한 기업이 25개사(16.56%)로 상반기 전체보다 비중이 확대됐다. 2분기엔 6개 중 1개꼴로 적자를 낸 셈이다. LG전자 SK 대한항공 지역난방공사 풀무원홀딩스 등은 1분기에 순이익을 냈지만 2분기엔 적자로 돌아섰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별도기준으로 화학(45.27%) 기계(34.24%) 운수장비(34.20%)는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반면 섬유의복(-96.08%) 의약품(-81.83%) 음식료(-64.38%)는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운수창고와 종이목재는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고 전기가스 비금속광물은 순손실을 이어갔다.

수익성 악화 속에도 일부 기업들은 높은 이익률을 거뒀다. 연결기준으로 강원랜드는 상반기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41.10%로 가장 높았다.

현대백화점(36.37%) OCI(33.17%) NHN(31.00%) KT&G(30.81%) 등도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30%를 웃돌았다. 별도기준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NHN(44.44%) 강원랜드(41.90%) KT&G(35.88%) OCI(34.86%) 등의 순이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