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지난 주말 잭슨홀 미팅에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3차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달 20~21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뭔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시장에 안겨줬다.

미국 뉴욕증시는 일단 1.2% 상승하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도 단기적으론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유럽과 중국 등 다른 주요 국가들의 경제 이슈가 부각되고 있어 국내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 호재…지속 여부는 불투명

지난주(22~26일)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처음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주간 상승폭은 34.07포인트(1.95%)로 크지 않았지만 그동안 국내 증시를 눌러왔던 유럽과 미국 재정위기에 대한 공포심리가 풀릴 조짐을 보였다.

버냉키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이 같은 국내 증시 흐름에 단기적으로 힘을 보탤 전망이다. 하지만 상승 추세 지속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많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미국발 뉴스는 내달 5일 예정된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라며 "선거를 의식해 어떤 식이든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ed가 정부 재정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관행과 달리 버냉키 의장이 지난 여름부터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이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정부와 중앙은행이 아직 재정,통화정책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과 중국 변수에 관심

당분간 미국보다는 유럽이나 중국 변수가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음달 만기 도래하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공채는 854억유로(132조5000억원) 규모로 하반기 들어 가장 많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리스 정부가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국가 채무 재조정이 발생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며 "채무 재조정은 유럽 은행 리스크를 확산시킬 트리거(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금융권에서 신용경색이 본격화할 경우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 투자한 유럽계 금융회사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유럽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3조29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순매도 자금 5조4200억원의 60.7%를 차지하고 있다.

황성윤 금융감독원 증권시장팀장은 "미국과 유럽발 악재가 다소 진정되면서 이달 중순 이후 주식 매도세가 완화되고 있다"며 "이번주엔 외국인의 방향성이 보다 정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긴축정책을 견지해왔던 중국 정부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낮아질 경우 내수 부양에 힘을 쓸 여력이 생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센터장은 "다음달 중국의 소비자물가 지표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긴축 기조를 완화할 경우 한국 증시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좌동욱/임근호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