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SKC 회장과 윤장섭 유화증권 명예회장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수년째 정기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두 회장의 자사주 매입 속사정은 다르다. 최 회장은 SK그룹에서 독립하기 위한 포석인 데 반해 윤 명예회장은 회사의 상장유지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란 게 증권업계의 해석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6일 자사주 500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평균 매입단가(5만7524원)를 기준으로 총 매입가는 2억876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1000~2000주 수준이던 월 평균 매입주식 수는 올 들어 5000~1만주로 늘었다. 최 회장은 올 들어서만 자사주 3만6313주를 매입하는 데 총 29억9982만원을 썼다.

최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2004년 3월부터 시작됐다. 2000년 SKC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그는 2003년 1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22%에 달하는 보유지분 전량(168만5000여주)을 매각한 이후부터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최 회장은 당시 주당 1만728원에 2만주를 최초로 매입했다. 8년째 꾸준한 자사주 매입으로 최 회장의 보유지분은 3.50%(126만7000여주)로 늘어났다. 42.5%를 보유한 최대주주 SK㈜에 이어 2대주주이긴 하지만,계열분리 등을 시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해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K그룹 차원의 결단 없이 최 회장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자력으로 계열분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윤 명예회장은 올 들어 벌써 114번째 자사주 매입신고를 했다. 유화증권 금감원 공시게시판은 두 차례의 실적발표를 제외하고 윤 명예회장의 자사주 매입보고서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한번에 매입하는 주식 수가 20~40주에 그쳐 윤 명예회장 지분율도 거의 변동이 없다. 윤 명예회장의 보유지분은 15.22%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치면 오너가의 지분율은 64.50%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윤 명예회장의 자사주 매입 이유를 상장규정에서 찾고 있다. 상장기업의 경우 반기(6개월)를 기준으로 월평균 거래량이 유동주식의 1% 미만이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다음 반기에도 기준에 미달하면 상장폐지된다. 유화증권 유동주식 수는 전체 주식 수(1134만주)에서 최대주주 주식 수(722만주)를 뺀 412만주다. 월평균 거래량이 4만1200주를 넘어야 상장이 유지된다. 유화증권은 16일 최고 거래량(1만7321주)을 기록한 후 24일과 25일에는 200주씩만 거래됐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