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24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전격 강등하자 배경과 향후 여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도쿄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가 1%가량 하락하는 데 그치고 엔화가치는 전날과 비슷한 달러당 76.54엔을 기록하는 등 시장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내린 건 2002년 이후 근 10년 만에 처음"(아사히신문)이라거나 "선진국 중 최저등급을 받게 됐다"(니혼게이자이신문)며 향후 추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무디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일본의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국가부채가 증가한 것을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로 꼽았다. 일본의 누적 국가부채는 올해 말이면 1000조엔(1경2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니혼게이자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올해 말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29.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재정위기의 대명사 그리스(152.3%)보다도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일본의 빈약한 정치지도력도 등급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5년간 총리 평균 재임기간이 1년에도 못 미치는 데다 정책일관성도 사라졌다는 우려다. 일본 주요 정치인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해 증세에 주저하는 점도 등급하락을 부채질했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발생한 도호쿠(東北)지방 대지진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계속해서 신용등급이 떨어져왔다"며 "등급 강등은 전혀 충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모두 동반 재정적자 · 경기침체를 겪으며 '더 나쁘기 경쟁(어글리 콘테스트)'을 벌이고 있는 점도 상대적으로 시장 충격을 줄였다. 니혼게이자이는"시장은 일본보다 유럽의 사정이 더 나쁘다고 판단해 엔화보다 유로화를 파는 모습이었다"고 언급했다. 마쓰카와 다다시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 도쿄 투자책임자는 "시장이 지금 신경 쓰는 사안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주택시장"이라고 못박았다.

일본 국채 대부분을 일본인이 보유하고 있어 해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도 충격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시중은행과 보험사,연기금 등 일본인이 일본국채의 9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