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자영 주유소 업주들이 정부의 기름값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정부의 주유소 압박 정책이 지속되면서 동맹휴업 등 단체 행동을 불사하겠다며 집단 반발에 나설 조짐이다.

주유소 업주 모임인 한국주유소협회는 23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주유소 압박정책 철회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참석한 20여명의 주유소 업주들은 대안주유소 설립과 마트주유소 확대 등 정부의 기름값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성명서 발표 후 이어진 개인 발언 시간엔 "정부가 주유소를 사지로 몰고 있다" "차라리 정부에서 가격을 정해라" 등의 강경 발언들이 쏟아졌다. 주유소협회는 이 자리에서 청와대,지식경제부,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끝장토론도 제안했다.

◆"주유소 67%가 적자"

가뜩이나 영업이 힘든 마당에 정부가 임기응변식 대책을 내놓으며 기존 자영주유소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 업계에선 전체 66.8%에 이르는 중소형 업소들이 손익분기점을 못 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의 ℓ당 소매가격을 이달 초 수준인 1951원과 1765원으로 놓고,1000드럼을 판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주유소의 월별 예상 손실은 36만원으로 추산됐다. 주유소의 판매 마진을 5%로 계산하고,아르바이트생의 인건비와 카드수수료,건물 임대와 운영자금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감가상각비 등을 계산한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 1만2933개 주유소의 월평균 판매량이 976드럼인 데다 한 달에 1000드럼을 넘게 파는 주유소가 3분의 1 수준인 420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주유소들이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거리 제한 등의 규제가 없어지며 1991년 3300여개이던 전국 주유소 숫자가 1만3000여개로 네 배 이상 불어났다"며 "휘발유 마진율은 2008년 8.6%에서 6.2%로,경유는 9.4%에서 6.3%로 떨어지고 지방 주유소를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폭리 의심

주유소 업계에선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지난 12일 "175개 주유소의 장부를 보고 있다"며 "정유사와 주유소의 회계장부를 검토해 누가 마진을 많이 얻는지 보겠다"고 말해 비싼 기름값의 원인을 정유사와 주유소의 폭리로 간주했다.

4개사가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정유시장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주유소들이 뭉쳐 과도한 이윤을 취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소비자들도 기름값을 올릴 때는 '급하게 많이' 인상하고,내릴 때는 '천천히 조금만' 인하한다며 정유사와 주유소를 비판하고 있다.

한진우 주유소협회장은 "홈페이지,지회,협회지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계획을 결정할 것"이라며 "과천 정부청사에서 전국 규모의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재희/김동욱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