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

22일 저녁 서울 정동의 미국 대사관저에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청아한 노랫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관저에 모인 100여명의 청중은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는 조씨의 공연에 모두 숨을 죽였다. 객석 중앙에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감회에 젖은 표정을 지으며 박자를 맞췄다. 이 자리는 3년 임기를 마치는 스티븐스 대사를 위해 조씨가 직접 제안해 마련한 공연이다.

스티븐스 대사와 조씨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처음 조씨의 공연을 접한 대사는 감동을 잊지 못해 다시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 말미 조씨가 부른 '그리운 금강산'노래에 오랫동안 방문하지 못한 한국 생각이 나 대사는 눈물을 흘렸다.

이후 주한대사로 한국을 찾게 된 스티븐스 대사는 지난해 겨울 조씨를 관저로 초청해 함께 차를 마시며 다시 인연을 이어갔다. 스티븐스 대사는 "10년 전 리스본에서는 다시 한국에 오게 될지 몰랐다"며 "특히 조씨가 내 관저에서 노래하게 되리라는 건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훌륭한 예술가이면서 예술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분으로 '그리운 금강산'을 다시 듣게 돼 감동적이고 영광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조씨는 "스티븐스 대사는 정말 순수하고,한국을 많이 생각하는 분이라 늘 존경해 왔다"며 "개인적으로 가족 행사에서도 노래를 잘 안 부르는데 이임 소식을 듣고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남겨 드리기 위해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임을 앞둔 대사를 환송하기 위해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전재희,나경원,신낙균 등 여야 의원들,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김중수 한국은행 총재,허동수 GS칼텍스 회장,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각계 인사 100여명이 자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