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3일 오전 정상회담 예정지인 울란우데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은 24일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정보 관계자는 "지난 21일 부레이 수력발전소를 시찰한 뒤 특별열차를 타고 울란우데 방향으로 출발한 김 위원장이 도중에 아무르 주(州)의 또 다른 도시 스코보로디노에 들렀을 수 있다"며 "그럴 경우 23일 열릴 예정이던 북 · 러 정상회담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코보로디노는 러시아 동시베리아 지역 송유관의 중국 쪽 지선이 출발하는 곳이다. 김 위원장이 스코보로디노를 방문했다면 전날 부레이 발전소에 이어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 문제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와 관련,북한 매체들이 연일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5월과 8월에 이어 올해 5월 김 위원장이 방중했을 때 귀국한 후 보도한 것과 대비된다. 정부 관계자는 "비공식 방문임에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국제사회를 향해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러시아와 정상회담 분위기를 띄워서 한국 미국 중국 등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몽골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NYT)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북한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한국과 일본에 보내는 사업에 적극 나서려 하고 있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지난 수년간 러시아와 한국 정부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한국이나 일본에까지 보낼 수 있도록 가스관을 연계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 신문은 또 천연가스가 북한을 관통해 한국 등으로 보내지면 북한은 연간 5억달러의 수수료 수입을 얻을 것으로 평가했다.

울란바토르=차병석/남윤선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