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은 언제 곪아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증가세가 추세적으로 꺾였다고 판단될 때까지 강력하게 관리해 나가겠다. "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22일 한 말이다. 농협 신한 우리 등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중단에 따른 고객 불편은 일부 시정돼야겠지만,7월과 8월 나타난 은행 등 금융권의 대출 급증세가 9월 이후에도 지속되는 것은 그대로 두고 보지 않겠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는 앞으로 구두 개입이 아닌 은행의 준비금 적립이나 가계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 등과 같은 제도적인 후속 대책을 서둘러 시행하기로 했다.

◆"연 증가율 7.3% 억제도 느슨"

금융당국은 최근 며칠 사이 농협 신한 우리 등 시중은행들의 행장과 부행장을 잇따라 불러 '전면 대출 중단은 문제'라고 지적했지만,이날에도 창구에선 큰 변화가 없었다.

금융당국이 전면적인 대출 중단만 문제삼았을 뿐 은행들의 개별적인 대출 규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침을 주지 았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오히려 가계대출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준인 7.3% 아래로 억제하라는 지침에 대해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상당히 느슨한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가 조만간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시한폭탄과 같은 가계부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큰 위기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관계자는 "시속 70㎞ 운전을 하라고 했으면 60~80㎞ 수준에서 가야 한다"며 "100㎞ 이상으로 과속한다면 경찰이 단속하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한도 초과하면 준비금 쌓아야

금융당국은 앞으로 제도적인 수단을 동원,은행들의 무분별한 가계대출 늘리기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금융위는 7~9월 사이 은행들의 가계부채 증가액을 분석한 뒤 관리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적정 수준 이상 초과분의 최대 50%를 준비금으로 쌓도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6월 말 50조원이던 A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9월 말 51조5000억원으로 늘었다면,이 은행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인 월별 적정 증가율(0.6%)로 계산한 50조9000억원보다 가계대출을 6000억원이나 초과해 늘린 셈이 된다.

따라서 초과분의 절반인 3000억원을 3분기 결산에서 준비금으로 쌓아야 한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우리 신한 농협중앙회 등 상당수 은행들이 많게는 수천억원씩 적립해야 할 수도 있다.

◆2금융권 풍선효과도 차단

금감원은 은행권의 대출 죄기에 따른 '풍선효과'로 카드론 대출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월평균 카드론 증가율이 전월 대비 0.5% 이상이면 원인을 따져보는 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또 카드사별로 카드론 목표증가율을 받아 2회 이상 목표치를 초과하면 해당 카드사에 강력히 경고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일부 카드사의 카드론은 1주일 전과 비교해 주가가 급등락하던 지난 9일 146% 급증했고 카드사 전체적으로는 지난 5일,16일 두 차례에 걸쳐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3월 15조8000억원가량이던 카드론 대출 잔액은 그동안 당국의 지도로 6월 말 15조원 내외로 감소해왔고 이달에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며 "비정상적인 카드론 대출이 지속되는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준비금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적정한 증가율'을 초과하는 은행에 대해 대출초과분의 일부를 별도로 적립하도록 규정한 계정.오는 10월 도입될 예정인 준비금은 은행의 '배당 여력'을 줄일 뿐 당기손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손충당금과는 개념이 다르다.


류시훈/안대규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