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모기지 대출 부실이 주원인이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 위기가 구조적이라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는 단기해결이 어려운 데다 각국 정부는 마땅한 해결책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을 정도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경제가 겪고 있는 장기침체의 징후가 미국과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수년간 미국 영국 독일 등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1988년부터 1996년까지의 일본 국채금리와 놀랍도록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1990년 8%에 육박하던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가 거품붕괴와 함께 1996년 2%를 뚫고 내려간 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난 18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60년 만에 2%를 밑돈 것이 비슷한 꼴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진입했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미국은 향후 2년간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재정적자만 늘어나는, 일본식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번 위기가 실물부문에서 비롯된 만큼 오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심각하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데다 최근 유가하락으로 인플레 압력도 낮아지고 있어 위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지금으로선 세계경제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그에 따른 위험도 높아질 것이란 점은 틀림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글로벌 장기불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각도로 대책을 세워 미리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는 이렇게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지금 우리는 복지 공방이나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