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모니터 생산업체 A사는 현금 사정이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최근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대량 구매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대출한도 탓에 은행이나 보증기관에서 추가 대출이 어려웠던 상황이었지만 구매대행 업체와 거래를 트면서 LCD 패널 구매자금 고민을 덜었다. 담보금액의 10배까지 LCD 패널을 구매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A사처럼 자금사정이 원활하지 못한 중소기업 사이에 구매대행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구매대행 업체인 처음앤씨의 금상연 대표(사진)는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신용도가 좋더라도 대출 한도에 묶여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구매대행 서비스는 이 같은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줄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구매대행은 현금흐름 등이 좋지 않거나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기업이 구매 대금의 10%만을 현금이나 신용보증서 등으로 담보를 제공하면 대신 사주는 제도다. 구매업체는 60일 내 필요할 때마다 대금을 정산하고 물품 전량을 인수하면 된다. 금 대표는 "구매대행이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 제고에도 한몫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물품을 대규모로 공동구매하면 구매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 대표는 "해외에서 수출용 원자재를 싼 값에 공동구매하게 되면 중소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처음앤씨의 구매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소기업 회원사는 20여개 업체다. 올 상반기 구매대행 실적은 30억원 안팎이다. 이 회사 상반기 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컴퓨터 주변기기,완구 등이 주요 구매대행 품목들이다. 금 대표는 "최근 구매대행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 수년 내에 구매대행 실적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6년 12월 설립된 처음앤씨의 주력 사업분야는 결제형 B2B e마켓플레이스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 등 보증기관과 14개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물품을 구매하는 기업과 물품 판매업체를 연결해 결제를 중개해주고 있다.

처음앤씨는 중소 ·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포털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금 대표는 "내년 중 기업들에 물품구매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을 개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