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125cc 스쿠터는 260만원,같은 사양의 일본산은 239만원'

수입 스쿠터가 인기다. 국내 업체들이 수출에 주력하는 사이 해외 업체들이 가격 거품을 뺀 스쿠터로 판매를 늘리고 있다. '매뉴얼 바이크'로 불리는 일반 오토바이와 달리 클러치와 수동 기어가 없어 운전하기 편한 스쿠터 수요가 꾸준히 늘자 해외 업체들이 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수입 스쿠터 점유율 20%로 '껑충'

19일 2륜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일본 혼다는 올 들어 6월까지 국내에서 2540대의 오토바이를 팔아 한국 진출 이후 가장 많은 반기 판매량을 기록했다. 일본 야마하도 올 상반기에 국내에서 718대를 팔아 작년 상반기보다 25% 이상 늘었고 독일 BMW 역시 상반기에 작년 동기보다 41% 증가한 443대의 오토바이를 판매했다. 이들 3개사는 7월에도 1년 전보다 20% 이상 증가한 실적을 내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빅3'의 이 같은 판매 증가에 힘입어 대만 제품을 제외한 수입 오토바이는 올 상반기에 6035대가 팔려 12.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킴코,SYM 등 대만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보통 8~9%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에 전체 수입 오토바이 판매비중은 20%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10년만 해도 대만산을 포함한 수입 오토바이 비중은 15% 안팎에 머물렀다.

수입 오토바이 판매 호조는 전체 판매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스쿠터가 이끈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동차로 치면 자동변속기 차량에 해당하는 스쿠터는 조작이 간편해 젊은 직장인들의 출 · 퇴근용이나 대학생들의 등 · 하교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스쿠터가 수동 기어를 쓰는 매뉴얼 바이크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퀵서비스 같은 배달용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수입업체들은 이런 추세에 맞춰 50cc급의 소형 스쿠터뿐 아니라 110cc나 125cc의 중형 스쿠터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혼다는 작년부터 최근까지 110cc 이상의 스쿠터 4종을 내놨고 같은 기간 야마하는 2종의 중형 스쿠터를 출시했다. 대만의 SYM도 올해 2종의 125cc 스쿠터를 선보인 데 이어 하반기에는 400cc급의 대형 스쿠터를 국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업체 "수출만이 살길"

수입 스쿠터가 국내에서 통한 비결은 가격 경쟁력에 있다. 자동차와 달리 스쿠터 시장에서 수입산과 국내산 간 가격 격차는 거의 없다. 125cc 프리미엄 스쿠터의 대표 모델로 통하는 혼다 PCX는 379만원으로 국내 1위 업체인 대림의 Q2(369만원)보다 10만원밖에 비싸지 않다. 일반 스쿠터인 혼다 SCR110의 가격은 239만원으로 비슷한 사양인 대림의 포르테 SL125(260만원)보다 오히려 싸다.

2륜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인건비가 싼 태국과 중국 공장에서 스쿠터를 생산하고 대만 업체들은 저가의 보급형 스쿠터를 양산하고 있어 가격면에선 국내산과 외국산이 거의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 맞서 국내 업체들은 수출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대림은 독일 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선 250cc 이상의 대형 스쿠터를 팔아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대림은 올 7월까지 지난해 전체 수출량의 70% 이상인 1만대 이상을 해외에 팔았다. 국내 2위 업체인 S&T모터스도 7월까지 작년 동기 실적을 상회하는 1만대 이상을 수출했다. 이 회사는 국내 시장에선 전기 스쿠터 에바 판매를 지속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