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둔화 우려에 주식 시장의 폭락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기업 및 시장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전문가집단인 증권사들의 입은 닫혀 있다.

1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증권사들이 발표한 기업보고서(영문, 요약본 제외)는 1078건으로 전년동월 1235건보다 12.71% 감소했다. 주식전략보고서 역시 605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 803건에 비해 24.66% 줄었다.

종목과 시장의 상황을 내다보는 증권사의 보고서가 전체적으로 17.42% 감소한 것은 공포에 휩싸인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8월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지수는 12.78% 폭락했고, 이날 오후 2시21분 현재도 5.26%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코스피지수는 0.15% 상승해 보합수준의 흐름을 나타냈다.

한 자동차담당 연구원은 "현재의 시장은 전형적인 매크로장세"라며 "거시경제 이슈가 시장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의 모멘텀(상승동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지진이 나서 지축이 흔들리는데,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그는 "기업보고서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반등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기업담당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실적 전망을 낮추거나 목표주가를 꺾어야 하는데, 아직 실적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실적전망을 기초로 투자의견과 목표가를 산정하는 애널리스트로서는 우려감 만이 번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주식전략의 경우도 시장이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을 감안할 때 입을 떼기가 어렵다는 진단이다.

한 전략담당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주가수준) 매력, 기업들의 경쟁력과 이익규모, 이평선 격차 등등의 논리가 공포에 휩싸인 급락으로 모두 엇나가고 있다"며 "앞으로의 상황도 불투명해 연구원들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년에 비해 각 증권사의 주식전략 자리에 공석이 많은 것도 보고서 감소의 원인으로 봤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