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원장 후보로 양승태(63.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관이 지명되면서 사법부에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진보적인 색채가 뚜렷한 것으로 평가돼온 이용훈(70) 대법원장이 퇴임하고 보수적인 성향이 다소 강하다고 평가되는 양 전 대법관이 대법원장에 취임하면 사법정책의 기조가 진보에서 보수로 서서히 선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1월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이 퇴임하면 신임 대법원장이 후임을 제청하게 되는데 첫 대법관 제청이 신임 대법원장의 향후 진로와 정책 기조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진보 성향인 박 대법관 등이 물러날 경우 대법관들의 전반적인 보수화 경향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어 내년 7월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대법관이 퇴임해 후임을 제청하면 대법관 전원이 현 정부에서 선임된 이들로 구성되게 된다.

그러나 양 전 대법관이 현재 대법관들 가운데 가장 기수가 높아 원장보다 선배인 대법관이 중도 퇴임할 필요는 없어졌다.

대법원장 후보로 경합하던 박일환(60.연수원 5기) 법원행정처장이나 목영준(56.연수원 10기) 헌법재판관이 취임했을 경우보다는 인적 쇄신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대법원이 재심사건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면서 과거사 규명에 주력했지만, 이런 움직임도 다소 주춤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울러 판결의 진보적 성향도 다소 보수적인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양 전 대법관은 이른바 `실천연대' 사건에서 "북한이 어떠한 실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반국가단체성을 종전의 대법원 판결과 달리 볼 수 없다"고 밝히는 등 뚜렷한 보수적 성향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이 바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역할이다. 전원합의체에서는 대법관과 대법원장 모두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하지만 합의를 주재하고 이끌어가는 대법원장의 역할을 고려할 때 판결에 보수적 가치가 가미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원합의체는 중대한 의미를 내포한 판례 변경 사건 등을 다루기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법조일원화 등 사법제도 개혁의 큰 흐름이 이어지는 복판에서 양 전 대법관이 새 대법원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당장 내년부터 기존의 사법시험-사법연수원뿐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법조인이 배출되고, 이듬해에는 변호사 경력을 반드시 갖춘 법조인들로 법관을 선발하게 되는 법조일원화 원년이 열리기 때문에 신임 대법원장은 이질적인 인력을 조화시켜 사법부의 동량으로 키워내야 할 중책을 지게 된다.

영장 항고제 등을 놓고 때때로 검찰과 보였던 갈등도 조화롭게 해결해야 하며, 올해 초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에서 강하게 제기됐던 대법관 증원 등의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부담을 안고 있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의 적절한 분산, 법원의 관료주의 해소, 법원행정처 개혁 등 내부의 산적한 현안을 사법부의 새 수장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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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