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독일과 프랑스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실망감에 4거래일만에 하락했다. 두 정상이 유로존 위기 대응 대책 중 하나로 유로 채권 발행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패로 끝나면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6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6.97포인트(0.67%) 떨어진 1만1405.93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1.73포인트(0.97%) 하락한 1192.76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31.75포인트(1.24%) 내려 간 2523.45를 나타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유로채권 발행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기금 확대도 거부됐다.

두 정상은 대신 유로존 공동경제위원회 창설 제안과 금융거래세 신설 추진 등을 골자로 하는 유로존 재정위기 해소 방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에 반응은 미미했다.

유럽의 경제 지표가 둔화된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독일을 비롯한 유로 17개국 전체 GDP도 2분기에 0.2% 증가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0.3%를 밑도는 수준이다.

피터 잔코브스키 오크브룩 인베스트먼트 투자 매니저는 "유럽이 현실적인 정책들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투자심리 회복에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는 엇갈렸다. 7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9% 증가해 올 들어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시장전망치인 0.5% 상승도 웃돌았다.

반면 7월 주택착공건수는 전달보다 1.5% 감소한 60만4000건을 기록해 미국 주택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금융주, 원자재주들의 낙폭이 컸다. 시티그룹은 4.3%,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4.6%, 폴슨앤코는 7.8% 하락했다. 엑손모빌은 1.1%, 알코아는 2.4% 떨어졌다.

호실적을 발표한 홈디포는 5.3%, 월마트는 3.9% 상승했다. 홈디포는 2분기 주당순이익이 86센트를, 월마트는 1.09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82센트와 1.08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날 미국의 신용등급과 향후 전망을 각각 AAA와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피치는 "미국의 신용을 받치는 핵심 요소들이 여전히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는 유럽의 경제 성장 둔화 우려로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9월물은 전날보다 1.23달러(1.4%) 하락한 86.65달러를 기록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