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120만원짜리 노트북을 구입하면서 3개월 할부 서비스를 이용한 박현정 씨는 이번 달 카드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매달 30만원 이상 카드를 이용하면 받게 돼 있는 교통비 할인 혜택을 지난달에는 받지 못한 것으로 표기돼 있어서다. 2만원 가까이 절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카드사는 전달 사용 실적이 모자라 혜택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씨는 은행 계좌에서 매월 40만원씩 세 달간 꼬박 빠져나갔는데도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카드사들이 할부 구매 결제금액 전부를 첫달에 사용한 것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노트북 값이 부담스러워 할부를 사용했는데 한 달에 1만~2만원씩 받던 카드 혜택까지 사라져 할부 구매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유할인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회사원 김모씨도 "카드값으로 은행에서 다달이 50만원 이상 빠져나가지만 휘발유 결제 금액은 카드 사용 실적에서 제외되고 할부 금액은 첫달에만 반영되다 보니 혜택을 받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카드를 써야 할 때가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대신 카드 사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을 고안하다 지금과 같은 할부금 처리 방식이 나왔다"며 "예전에는 보통 3개월 평균 이용액을 기준으로 혜택을 줬지만 서비스 제공 기준이 전달 사용 실적으로 바뀌면서 소비자들이 까다롭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