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 간부로 근무하다 1998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1급 장애인 A씨.고민 끝에 강원도 화천에서 토마토 농사로 제 2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귀농 후 친환경 토마토 품종 개량에만 매달려 농장을 경영한 지 3년 만에 화천 최고의 우수 농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원활한 유통망을 찾지 못했다. 장애인이 재배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가꾼 토마토는 경매사들이나 도매상들로부터 외면받기 일쑤였다.

현대글로비스가 A씨 같은 농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영농 장애인을 위한 농산물 유통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수익은 영농장애인을 위해 쓰고 사회적 취약계층의 고용을 늘리는 사회적기업 형태다.

현대글로비스는 16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사단법인 한국영농장애인경영지원중앙회와 '자연찬 유통사업단'을 설립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글로비스는 3년간 30억원을 투자해 자연찬을 2013년까지 매출 100억원,고용 300명 이상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영농 장애인들이 스스로 생산,가공,포장,판매 등 농산물의 전체 유통과정을 총괄할 수 있도록 농업 경영지원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자연찬을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켜 공익 증진에 앞장설 방침이다. 영농 장애인들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2000개 이상의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영농 장애인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품질관리와 통합 브랜드 구축을 지원하는 한편 학교를 비롯한 단체 급식장과 중소 도매시장 등 판매망을 확대할 수 있도록 후원하기로 했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농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자연찬을 설립했다"며 "앞으로 농업 분야의 사회적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