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폭탄이 터졌다."

정부가 지난 12일 내놓은 약가 인하 방안에 대한 한 증권사 제약담당 애널리스트의 평가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제약업종 대장주인 동아제약은 이날 9.07% 빠졌다. 부광약품은 12.05%, 종근당은 11.94% 급락했다. 대웅제약, 신풍제약, 동화약품, 대원제약도 4~5%대, 한미약품, 일동제약, 한독약품도 1~2%대 내림세를 기록했다.

오랜만에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제약주들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사업 선진화' 방안에 직격탄을 맞으며 뒷걸음질쳤다.

보건복지부의 약가 제도 개편안은 계단식 약가방식 폐지와 상한 가격 인하가 주요 골자다.

기존에는 동일한 성분을 가진 의약품이라도 건강보험에 등록된 순서에 따라 약품 가격이 달랐다.

예를 들어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오리지널 약품 A의 가격이 100원일 때 첫번째 제네릭(복제약)이 등록되면 A의 가격은 80원으로 떨어진다. 첫번째부터 다섯번째로 건강보험에 등록되는 제네릭(복제약)은 최고 68원(상한가격 68%), 야섯번째로 등록되는 제네릭은 61.2원으로 가격이 차별화됐다.

개편안에 따르면 오리지널 약품 A의 가격은 첫번째 제네릭이 등록될 때 70원으로 기존 대비 10%나 더 떨어진다. 제네릭은 등록 순서와 상관없이 59.5원(상한가격 59.5%) 밑으로만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

또 첫번째 제네릭이 등록된지 1년 뒤에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모두 53.55원(상한가격 53.55%) 이하로만 약을 팔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약가 조정은 기존에 등재된 약들에게도 적용돼 내년 상반기에는 대부분의 약들이 53.55% 수준으로 일괄 인하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신지원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규 약가산정 방식에 따라 오리지널은 최대 33%, 복제약은 평균 22% 가량 인하될 것"이라며 "전례없는 강한 규제"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동아제약의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 1195억원에서 1063억원으로 11% 낮췄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대웅제약의 예상 영업이익도 12~23% 하향조정했다.

아예 기존 제약업보다 수출, 바이오, 의료기기 사업에 강점을 가진 기업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염동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제약사들 영업이익률이 15~2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약가 산정 방식 변경으로 적자로 전환하는 제약사들도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바이오 사업 비중이 높은 녹십자, 의료기기 사업 및 추가 수출 유통망 계약이 기대되는 제이브이엠을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다만 개편안이 적용되더라도 연구·개발(R&D)에 적극적인 제약사들은 피해가 축소될 여지는 있다.

보건복지부는 실적 대비 R&D 비용이 일정 비중을 넘는 혁신형 제약기업을 30곳 선정해 약가 우대, 법인세 감면 등 세제지원, 금융지원 등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선정 기준으로 △연간 매출액 1000억원 미만의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가 매출 비중 10% 이상 △연간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가 매출 비중 7% 이상 △글로벌 진출역량이 있는 경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5% 이상 등을 제시했다.

신 연구원은 "시가총액 상위 20개사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 평균은 8.5%"라며 "지원 정책이 구체적으로 나와봐야 영향을 분석할 수 있겠지만 동아제약, 한미약품 등 R&D 비중이 높은 제약주들은 방어막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