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발(發) 폭풍에 휩싸였던 글로벌 증시가 안정을 되찾고 있다. 유럽 증권시장감독청(ESMA)의 4개국 주식 공매도 금지 조치와 미국의 7월 소매판매 증가에서 희망을 찾는 모습이다.

16일 오전 10시30분 현재 코스피지수도 이에 화답하며 3% 이상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세적 반등을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도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기술적 반등이 지속될 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이벤트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간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독일과 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증액 문제와 유로본드 발행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추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방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EFSF의 가용재원이 4400억유로로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구제만으로도 벅차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결국 부족한 자금으로 이탈리아까지 지원하기 위해서는 유로본드의 발행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감안하면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지만 독일 의회의 승인 여부까지는 아직 불투명한 단계"라며 "하지만 이번 회동에서 재정위기의 해법에 조금이라도 접근할 수 있다면 글로벌 증시의 투자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각국의 대내 정치 리스크가 변수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제 여건을 고려해 본다면 긍정적인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판단했다.

독일도 제조업 관련 지표들이 부진하게 발표된데 이어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에 유로존의 빠른 회복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럽 공조화를 확인할 경우 국내증시에서는 유럽계 자금매도 강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독일이 EFSF 증액에 대해 당장은 아니어도 시간을 두고 검토 가능하다는 등의 코멘트를 할 경우 유럽 리스크는 완화될 것"이라며 "이 경우 최근 국내증시 매도 규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계 자금 이탈 강도와 속도는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호재와 악재에 모두 민감한 국면에 들어선 만큼 '변동성 주의보'는 여전히 내려져 있는 상태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강하게 얼어붙어 있었던 만큼 독일과 프랑스 정상회담에서 나오는 조그만 호재에도 지수는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수가 최근 급락했던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지표가 차곡차곡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런 구간에서는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며 "투자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무너져도 회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투자전략도 대외변수에 치중해 세울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김 연구원은 "8월 남은 기간 시장대응에 있어서는 추세매매를 자제하고 '마켓 타이밍' 전술을 펼칠 필요가 있다"며 "코스피 지수는 가격 메리트가 지지하는 1700선 전후를 하단으로 매수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또 "아직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대외변수가 상단을 제한하는 박스권 흐름을 염두에 두고 1900선 전후에서는 단계적으로 매도하는 것이 낫다"고 권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