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 동반 성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한국 경제의 발전에 기여한 지대한 공로를 국민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기업에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에 협력업체 지원 등 동반 성장과 사회적 책임 확대를 요구하는 정부 정책이 더 강화될지 주목된다. 기업들은 공생 발전의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이를 위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가 자칫 반기업정서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 R&D 중기에 집중

이 대통령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기업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책임,일자리를 더 적극적으로 만드는 책임,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책임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생태계의 경우 협력업체 지원을 강화하고,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을 개선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한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책임은 대기업의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CSR) 활동의 확대를 얘기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청와대는 정부 차원에서도 공생 발전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 중 하나가 정부의 연구 · 개발(R&D) 자금 분배 시스템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전환하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존의 정부 R&D 지원은 성과를 내려다 보니 대형 과제의 경우 대기업에 집중된 게 사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도급 수준에 그치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부 R&D 자금을 중소기업에 집중 배정해 기술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게 청와대 생각이다.

◆대기업 속내는 복잡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새 키워드로 공생 발전을 제시하자 일제히 "공감하며 적극 동참하겠다"는 논평을 냈다. 전경련은 "대통령이 제시한 공생 발전과 재정건전성 유지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성공적 추진을 위해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에 노력을 다하고 대 · 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지속 성장의 중요성을 밝히고 이를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동반 성장,재정건전성 확보 등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며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상생 협력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탐욕 경영' 등 다소 거친 표현을 쓴 점에 대해 재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공생 발전이란 총론에는 이견이 없지만 앞으로 나올 각론(정부 정책)이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 경영은 앞으로 기업경영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경영계획을 짤 때 이 부분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LG 관계자도 "중소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위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이 제시한 공생 발전의 취지를 기업들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공생 발전을 위한 정책들이 지금 사회 전반에 만연한 반기업정서에 편승해 추진되면 시장경제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고 했다. 그는 "원칙을 갖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따뜻한 시장경제를 추진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차병석/김수언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