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에릭 매스킨 미국 프린스턴고등연구소 교수(61 · 사진)는 "미국은 지금 재정 지출을 줄일 때가 아니라 오히려 대폭 늘릴 때"라며 "과거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했던 뉴딜 정책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지난 13일까지 열린 '세계계량경제학회 아시아학술대회(AMES)'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매스킨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 주 동안의 금융불안 사태에 대해 "위기라고 부를 수 없다"며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리더십 부재가 드러난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매스킨 교수는 그러나 "앞으로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이 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며 "세계는 아직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체력이 매우 약한 상태"라며 "경제가 튼튼하지 않을 때 공공 지출을 줄이는 것은 아주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이 장기적으로 재정 지출을 조금씩 줄여 나갈 수 있지만 당장 내년,내후년에 할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재정부채가 늘어나고 글로벌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지금 같은 시점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며 "미국 경제가 급격히 악화됐을 때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다면 차라리 재정부채가 지금보다 좀 더 늘어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설명했다.

매스킨 교수는 미국의 제로 금리 2년 연장 발표에 대해 "물가가 오를 때는 이자율을 고정시키는 것이 문제일 수 있지만 지금은 물가 상승 우려가 적은 만큼 그런 정책을 쓰는 것이 맞다"고 옹호했다.

유럽 경제와 유로존의 미래에 대해서는 "유럽 정치인들이 적절한 행동을 취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며 "공동 통화를 사용하면서 재정정책을 제각각으로 쓴다면 (유로 체제는) 지속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유일한 해법은 재정정책도 통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