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했던가. 미국 및 유럽발 경제위기에 걸출한 투자고수들이 망신살을 당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 국채를 팔았다가 땅을 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버블 붕괴에 베팅,150억달러의 대박을 터뜨렸던 존 폴슨 폴슨앤코 회장도 주식 비중을 높였다가 큰 손실을 보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증시 폭락을 예측하지 못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 등 몇몇이 비관적인 전망을 외쳤지만 "으레 그려러니" 하는 게 돌아온 반응이었다. 국내 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나 금융 · 경제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증시 패닉상태가 쓰나미처럼 시장을 휩쓸자 뒤늦게 "약세장이 온 것 같다"느니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등 '사후약방문'격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주가는 하느님도 못 맞힌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투자자들의 타는 속마음을 생각하면 이번 기회에 이른바 '마바라(疎ら · 소액 거래 전문가들이란 일본 증권계에서 따온 은어로 객관적인 근거 없이 부추기는 사람)'들도 반성해야 한다.

그래도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져야 하는 법.위기일수록 냉정하게 투자 전략을 세워보자.병법 36계 중에 요즘 같은 상황에 쓸 수 있는 비책이 없을까. 35가지를 다 써도 별 효과가 없을 때 꺼내는 맨 마지막 방법인 주위상(走爲上 · 도망치는 게 상책)이 있다. 주식으로 치면 손절매다. 병력(현금)을 보존했다가 다시 공격(투자)하는 전략이다.

손절매하기가 아까울 때는 제4계인 이일대로(以逸待勞 · 숨어서 지치기를 기다린다)를 생각해보자.요즘 증권사나 금융 PB센터에 가면 "자기 돈으로 투자했다면 그냥 기다리세요"라는 코치를 받는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투자격언을 되새기면서.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주식시장은 짙은 안갯속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낙폭이 큰 우량주식을 분할매수하는 투자자도 있다. 이번 파도는 작은 사이클이 아닌 큰 파도로 보고,길게 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