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등 주요 화폐가치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제로금리를 2년간 유지하기로 한 데 따라 달러가치 하락에 가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76.29엔을 기록,사상최고치인 76.25엔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엔화가치는 달러당 77엔대에서 76.50엔대까지 올랐다.

일본 정부의 추가적인 시장개입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려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당 위안화 가치를 6.3991위안이라고 공시했다. 전날보다 0.02위안가량 위안화 가치가 오른 것으로 사상 최고치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4조5000억엔(6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가 고용지표 등에서 포착되기 전까지는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이 경우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이 동반 침체에 빠진 데다 엔화마저 강세를 지속하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5%에서 0.5%로 1%포인트 하향 조정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대지진 이후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0.5%보다 높은 수준의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글로벌 재정위기로 기대를 접었다. 개별 항목별로는 개인 소비가 전년 대비 0.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예상치는 플러스 0.6%였다. 설비 투자 증가율도 기존 4.2%에서 1.7%로 낮췄고,수출 증가율은 6.2%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엔화와 마찬가지로 중국 위안화가 상승한 것도 미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달러가 힘을 잃은 것이 주 요인이다. 중국의 높은 물가상승률도 위안화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을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확산됐다. 또 세계각국이 경기침체 탈피를 위해 중국의 위안화에 대한 상승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위안화 가치의 변동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