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3.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6월 0.25%포인트 올린 뒤 두 달 연속 금리를 묶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 뒤 기자회견에서 "대외 위기는 금리 결정에 매우 중요한 전제이기 때문에 간과하고 갈 수 없다"며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도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처럼 간주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들어 7개월 연속 4%(전년 동기 대비)를 넘었고 정부도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지난 9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84포인트 빠졌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소 2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한은의 금리 인상을 어렵게 만들었다.

연내 금리 인상 여지는 남겨뒀다. 김 총재는 "금리 정상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대외 악재로 우리 경제 여건이 크게 영향받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에 대해선 "확률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물가에 대해선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올해 물가를 4% 이내에서 잡겠다는 목표를 수정할 생각도 없고 그럴 단계도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한은이 예상한 '연간 105달러 수준'의 유가 전망이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는 인식을 반영한 발언이다.

FRB의 장기 제로금리 정책에 대해선 "시장과 정확한 소통을 하겠다던 벤 버냉키 의장의 생각에 따른 것 같다"면서도 "우리는 지금처럼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금리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FRB의 3차 양적완화에 대해선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김 총재의 발언으로 시장에선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관측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외 불확실성을 살펴볼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게 한은의 입장 같다"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