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가 '동반성장의 敵'이란 편견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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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MRO社 CEO 격정 토로
(3) 삼성·SK 잇단 철수…MRO 사업 어디로
1% 마진 위해 싼 납품처 발굴…기업, 비용 절감·인력활용 이득
과거 납품관련 비리문제 많아…CEO, 투명경영 차원 선호 추세
IT 결합 경쟁력 갖춰 '수출'도…해외에 넘어갈 상황 안타까워
(3) 삼성·SK 잇단 철수…MRO 사업 어디로
1% 마진 위해 싼 납품처 발굴…기업, 비용 절감·인력활용 이득
과거 납품관련 비리문제 많아…CEO, 투명경영 차원 선호 추세
IT 결합 경쟁력 갖춰 '수출'도…해외에 넘어갈 상황 안타까워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의 본질은 아웃소싱입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처럼 중소기업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작은 회사들과 상생하는 모델입니다. "
한 대기업 계열 MRO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10일 기자와 만나 한숨부터 내쉬었다. "요즘은 MRO라고 하면 무조건 나쁘게 본다"며 "답답한 게 많지만 선뜻 말을 꺼내기도 주저하게 된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사회 분위기에 부담을 느끼는 듯 "절대 회사명과 이름이 이니셜로도 나가면 안된다"고 거듭 부탁했다.
◆"경쟁력 있는 납품사 실적 더 좋아졌다"
그는 MRO에 대해 "많은 기업에서 신경을 쓰기 힘든 뒷마당을 앞마당으로 하는 사업 형태"라고 정의했다. MRO를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정치 · 사회적 분위기가 억울하다고도 했다.
그는 "SSM은 중소기업과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지만,MRO는 고객사 대신 물건을 사주는 것일 뿐"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물량엔 결과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그동안 부족한 인력 탓에 대강대강 넘어가던 것들을 전문화된 MRO 기업들이 시어머니처럼 따지니 납품하는 중소기업들로선 예전에 비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발주 시스템을 정비하고,일괄 구매로 단가를 낮추는 과정에서 납품선이 끊어진 업체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겠지만,경쟁력 있는 곳들은 오히려 실적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일부 MRO업체는 각 지역 중소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건설 현장에 안전화 등 소모성 용품을 공급,동반성장의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마진 1%선 앉아서 돈 버는 것 아니다"
그는 "또 다른 오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직거래하던 때와 비교해 중간에 MRO 업체가 끼어들면서 납품업체가 가져가야 할 몫을 큰 기업이 빼앗아 간다는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MRO업체를 통한 거래가 늘어나는 이유는 결국 더 싸기 때문"이라며 "MRO업체들은 1% 남짓한 마진을 위해 더 싼 납품업체를 발굴하고,물류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MRO업체와 거래하면 기업 입장에선 구매 비용에서 10% 정도 절감된다"며 "우리 직원들이 파견돼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업으로선 3~6명 정도를 핵심 업무에 돌리게 된다"고 소개했다.
부정 · 부패가 끼어들 여지를 없애는 효과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납품을 한 뒤 담당자가 물건을 다시 갖다주고 돈으로 받는 경우,정식으로 품의를 올리지 않고 급하게 가져다 쓴 뒤 비싼 값으로 정산해 접대비로 돌려쓰는 일 등의 문제가 많았다"며 "이 같은 골칫거리를 없앨 수 있어 CEO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국내 MRO 경쟁력 IT결합 최고 수준"
IMK,엔투비 등 MRO업체들이 설립된 시기는 공교롭게도 닷컴 열풍이 뜨겁던 2000년에 몰려 있다. 2002년 설립된 LG그룹의 서브원도 2000년부터 사업부 형태로 뛰어들었다.
그는 "이때는 국내 기업들이 정보기술(IT)이라면 뭐라도 하려고 '의무감'을 갖던 시기"라며 "삼성 LG 포스코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뛰어든 뒤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덧 국내 MRO업계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분구조와 배당현황 등을 살펴보면 MRO업체가 부의 대물림을 위한 곳이 아님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서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할 국내 업체들이 오히려 외국 기업에 넘어가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