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요동치는 글로벌 경제] 경기 악화에 인플레 쓰나미…성큼 다가선 '스태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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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후 경기침체
- 美 소비지출 급감…中ㆍ유럽 제조업 둔화
세계경제에 더블딥 우려가 높다. 미국이 부채를 늘리기로 했고,유럽연합은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들에 대한 지원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무엇보다 경기가 침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 2분기 1.3%를 기록,전 분기(0.4%)보다는 좋아졌다. 그러나 작년 같은 기간의 3.8%에는 크게 못 미친다. 지난 3월 8.8%였던 실업률은 4월(9.0%)부터 6월까지(9.2%)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제조업도 위축세다. 미국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지수는 6월보다 4.4포인트 떨어져 2년 만에 최저인 50.9까지 하락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6월 소비지출 증가율은 -0.2%로 21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요국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은 제조업 둔화와 인플레이션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의 7월 공식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월보다 0.2포인트 오른 50.7로 나타났지만 HSBC가 발표한 PMI는 49.3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2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도 심각하다. 마킷이코노믹스는 지난달 유럽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51.1로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디폴트 위기 국가 급증
- 아일랜드ㆍ포르투갈 등 도미노 구제금융
미국과 유럽에서 경기침체와 재정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당장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미국처럼 부채 한도를 높이거나 그리스 등처럼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정부 부채는 지난 5월 한도액인 14조3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결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디폴트 시한(8월2일)을 하루 남짓 앞둔 지난달 31일 향후 10년간 정부 지출을 2조4170억달러 삭감하는 대신 두 번에 걸쳐 부채한도를 2조4000억달러 높이기로 했다.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인 'AAA'에서 강등할 가능성을 밝혔다. 올해 미국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이상,정부 부채는 GDP 대비 100% 이상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도 마찬가지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 3개국에 구제금융으로 투입되는 돈만 4316억유로에 달한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중환자실에 들어왔다. 특히 이탈리아의 정부 부채는 1조6000억유로로,앞서 구제금융을 받은 세 나라 부채를 합친 금액의 세 배가 넘는다. 유로존 지도부들이 대안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 국가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심리적 상한선'이라 불리던 연 6%를 훌쩍 넘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
돈 풀자니 인플레 우려
- 美, 긴축재정 본격화…9일 통화정책 결정
미국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중 더 이상 재정정책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쓸 수가 없다. 재정적자와 부채를 줄이기 위해 향후 10년간 지출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의 이목이 온통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에 쏠리는 이유다.
시장이 가장 크게 기대하는 FRB 정책은 3차 양적완화다. 또다시 시중에서 국채를 사들이며 자금을 푸는 정책이다. FRB의 고민은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할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이미 2.2%에 달했다. FRB가 내부적으로 관리하는 목표치 2%를 넘어섰다.
FRB는 2차 양적완화를 통해 6000억달러를 풀었으나 각종 경기지표가 시원치 않거나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의문시하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지금은 경기 악화와 인플레이션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다. 그만큼 FRB가 3차 양적완화에 나서기가 부담스럽다.
FRB는 오는 9일(현지시간) 통화정책을 결정하게 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갖는다. 26일에는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는 잭슨홀 미팅이 예정돼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연설이 하이라이트다. FRB는 추가 부양 수단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글로벌 시장은 버냉키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믿을 건 안전자산 뿐
- 불안한 자금, 스위스프랑ㆍ금으로 이동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스위스 프랑과 금이 대표적이다. 위기의 진앙지 중 하나인 미국 국채도 피신처로 부각될 지경이다.
2일 스위스프랑은 9개 주요통화바스켓 대비 3.4% 급등했다. 1975년 이후 36년 만에 가장 가파른 오름세였다. 비정상적인 통화가치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스위스중앙은행(SNB)은 3일 금리를 내렸다. 목표금리를 기존 0.75%에서 0.25%로 낮췄다. SNB는 "은행 간 금리를 가능한 한 '제로'(0~0.25%)에 가깝게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 SNB는 또 시중의 현금유동성을 300억프랑에서 800억프랑으로 늘리고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국채도 사들일 계획이다. 현금을 풀고 빚을 미리 갚는 등 인위적으로 돈을 풀어 통화가치 상승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바스찬 완커 데카방크 연구원은 "스위스프랑이 약해지려면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값도 연일 사상 최고를 갈아치우고 있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12월물은 온스당 22.80달러(1.4%) 오른 1644.50달러로 마감했다. 신용등급 강등 우려에도 미 국채는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2일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0.12%포인트 하락(국채 가격 상승)한 2.63%를 기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