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 도미노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미국은 부채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란 중병에 대한 처방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더블딥'에 대한 우려만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걱정은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3일 코스피지수는 55.01포인트(2.59%) 하락,이틀간 106.05포인트 떨어졌다. 일본과 홍콩증시도 급락,전날 유럽과 미국의 하락세를 이어받았다.

재정위기 폭탄을 피하려는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금 스위스프랑 등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미국이 디폴트 위기를 벗어났지만 경기를 부양할 힘이 부친다"(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소비증가율이 21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제조업지수가 2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지만 경기를 부양할 방법이 마땅찮다. 재정 적자를 축소하겠다고 의회에 약속한 미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돈을 더 푸는 양적완화밖에는 방법이 없지만 가뜩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압력을 받고 있는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

물가는 이미 고공행진 중이다. 유로존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5%로 유럽중앙은행(ECB)의 관리 목표치 상단인 2%를 8개월째 웃돌았다. 오는 9일 공개되는 중국의 7월 CPI 상승률은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 6월(6.4%)에 근접한 6.3%로 예상됐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모두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 유로존의 위기 도미노 현상도 재연될 조짐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2일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리스나 아일랜드 등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비해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 문제가 생기면 상황은 극도로 심각해진다. 영국 산업연맹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3%로 내리는 등 성장 둔화도 두드러진다.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 국채 가격까지 올라가고 있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 제조업 지표도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미국 상무부는 6월 제조업 수주실적이 0.8%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5월 0.6% 증가에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박해영/손성태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