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더 잘하라.그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Do better if possible,and that is always possible.)"

스위스 명품시계업체 바쉐론콘스탄틴의 공동 창업자 프랑수아 콘스탄틴이 1819년 직원들에게 쓴 편지에 나오는 글귀다. 이 회사는 지금도 이 글귀를 모토로 삼아 더 좋은 시계를 만들고,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있다. 256년 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시계를 만들어낸 '세계 최고(最古) 시계업체'란 명성을 유지하면서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最高) 시계업체'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비결이다.

시장경제의 역사가 긴 유럽과 미국에서는 10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며 세계 최고(最高) 기업 반열에 오른 장수 기업들이 즐비하다. 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스위스 명품 시계 업체들과 프랑스 타이어기업 미쉐린,미국 화학업체 듀폰,정보기술(IT)기업 IBM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장수하며 세계 최고 기업이 된 요인으로,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의 요구와 시장의 변화에 맞추거나 한발 앞서 가는 혁신능력을 꼽는다. 시장의 변화를 예견해 주력 업종을 과감히 전환하며 성장해 왔거나 한우물을 파더라도 점진적인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온 기업들이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지속경영학회장)는 "진정한 장수기업은 '오래된 기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로 젊음을 유지하는 '불로(不老)기업'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경제의 출발점이 늦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100년 장수 기업'인 두산과 동화약품을 비롯해 삼양사 한국타이어 아모레퍼시픽 대림산업 등 업종별 최고(最古) 기업들은 창업 당시 브랜드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혁신과 변화를 통해 시장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아 왔다.

1896년 박승직상점(잡화상점)으로 시작해 올해 창립 115주년을 맞는 두산그룹은 스스로 '청년 두산'이라고 부른다. 국내 최장수 기업으로 꼽히지만 가장 발빠르게 변신하며 환경에 적응한다는 의미다. 박용현 두산 회장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변화를 통한 환경 적응력을 두산의 장수비결로 꼽았다. 두산은 창립 이래 100여년간 주력해온 소비재 산업을 정리하고 중공업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모했다. 2000년대 들어 새롭게 눈을 돌린 '인프라 지원사업(ISB)'에서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발전하는 게 '청년 두산'의 비전이다.

동화약품은 1897년 창업 이래 '부채표'와 '활명수'라는 동일한 상호와 제품으로 114년 전통을 이어온 점에서 국내 최장수 제조회사다. 유사품이 난무하는 시장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인 패키지 리뉴얼과 변치 않는 약효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은 400여종의 의약품과 30여종의 원료 의약품을 생산해 국내에서 판매할 뿐 아니라 세계 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87주년을 맞는 삼양그룹은 방적과 제당,폴리에스터 섬유사업 등으로 한국인의 의식주 해결에 기여해온 기업이다. 이후 화학과 식품,의약,산업자재,용기,사료,무역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한국타이어는 70년간 '타이어 전문 회사'라는 한우물만 파 왔다.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 · 개발(R&D) 투자와 해외시장 개척으로 세계 타이어 업계 10위권에 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45년 9월 설립 이후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 최초 순식물성 포마드 'ABC포마드'에서 한방 화장품 '설화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연구 · 개발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한국 화장품산업을 이끌어 왔다. 올해로 창립 72주년을 맞은 대림산업도 부침이 심한 건설 업계에서 생존과 발전을 위한 끝없는 혁신과 도전으로 '톱 플레이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