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이다. 미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타결되자 미국 경기의 '더블딥(이중 침체)' 가능성이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부진한 미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예상외로 급락한 7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경기둔화 우려에 대한 불씨를 낳았다. 미 부채한도 증액 법안 통과로 재정 긴축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에 대한 공포심이 이미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미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은 사실이지만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에서다.

◆ ISM제조업지수 통상적인 조정

주이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7월 ISM제조업지수 급락이 통상적인 추세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에도 경기침체를 극복한 이후 ISM제조업지수는 기준선인 50 전후까지 조정과정이 수반됐었다"고 진단했다.

현재 ISM제조업지수는 2004~2005년과 유사한 국면으로 50부근까지 하락한 후 하반기에는 다시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훼손됐었던 전세계 제조업의 공급망(Supply Chain)이 복구될 것으로 기대되서다.

GDP도 3분기에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GDP 부분별 기여도를 살펴보면 고정자산투자 기여도가 0.7%로 높아졌다"며 "특히 재고투자의 기여도가 0.2%로 전분기 대비 낮아져 기업의 설비투자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는 재고 재축척이, 회복에서 확장영역으로 진입하는 열쇠는 설비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더블딥 공포는 사야한다는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설비투자의 완만한 증가는 고용시장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美 재정감축…2012 회계연도 GDP 1%P 하락 효과

미국 부채한도 증액으로 인한 지출삭감은 2012년 회계연도 GDP를 1%포인트 가량 끌어내리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철희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1단계 재정지출 상한을 정하는 것은 미 의회재정국(CBO)이 9170억달러의 재정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는 2012년도 210억달러, 2013년도 420억달러의 재정감축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2013년도 이후 본격적인 재정감축이 이루어져 2012~2013년도에 GDP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0.2%포인트 규모로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2단계로 연말까지 정하게 돼 있는 1조2000억~1조5000억달러의 예산삭감 내용은 입법 내용과 강제조치의 작동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입법과정에서는 현재 경기상황을 고려해 예산삭감이 2014년 이후에나 본격화되도록 설계될 것이기 때문에 2012 회계연도 GDP에 미치는 충격은 1%포인트 미만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 美 더블딥 가능성 낮아

이에 따라 미국 더블딥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불황 국면에 놓였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판단은 전미경제조사국(NBER)이 내리고 있다"며 "NBER이 활용하는 지표들을 감안해 경기 선행성을 반영한 지표들을 대입해 확률을 계산한 결과 미국 경제가 불황 국면에 접어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재정긴축의 강도도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80년대 초반과 같은 더블딥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안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현재 미국 더블딥에 대한 우려는 금융시장 불안이 경감된 이후 실물지표 부담까지 해소하고 싶어하는 다소 급한 시장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점진적인 미 경기회복 흐름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지원 연구원도 "미국 경기는 소순환 흐름 속에서 턴어라운드 시점을 앞두고 있다"며 "미 더블딥 공포는 매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