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은 그동안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추세인데도 예 · 적금 금리를 올리는 데는 한없이 더뎠다. 수신금리는 찔끔 올리고 대출금리는 팍팍 올린다는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라졌다. 고금리를 내세운 예 · 적금 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다. 적금 금리는 연 7~12%에 달하기도 한다. 특판예금은 점점 더 톡톡 튀는 아이디어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영화 관람객 많으면 높은 금리


우리은행은 영화 관람객 수가 늘어날수록 금리를 더 얹어주는 '시네마 정기예금' 시리즈를 내놨다. 1980년대 여학생들의 성장을 다룬 복고풍 영화 '써니'와 연계한 '시네마 정기예금 4호'는 관람객 300만명을 돌파해 우대금리 0.3%포인트가 추가된 연 4.45% 금리가 주어졌다. 최근엔 하지원 오지호 등이 주연한 영화 '7광구'와 연계한 '시네마 정기예금 5호'를 출시했다. 오는 11일까지 판매되는 이 상품은 관람객이 300만명을 넘으면 연 0.1%포인트,700만명을 돌파하면 연 0.3%포인트의 금리를 더 지급한다. 기본금리는 연 4.0%,판매한도는 2000억원이다. 가입고객 중 1000명을 추첨해 영화티켓도 준다.

대구은행은 봉사활동을 하면 추가 금리를 지급하는 '1365 행복적금 · 예금'을 선보였다. '1년 365일 작은 나눔을 통한 큰 행복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 홈페이지(www.1365.go.kr)의 주소이기도 하다. 봉사활동 시간이 10시간 이상이면 0.1%포인트,20시간 이상이면 0.2%포인트 금리를 더 준다. 수익증권과 방카슈랑스 상품에 가입해도 0.1%포인트씩 각각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성취형 예금'의 대표 주자는 국민은행이 올 상반기 내놨던 'KB국민 프로야구 예금'이었다. 야구 개막시즌에 맞춰 지난 6월까지 판매된 이 상품은 좋아하는 야구팀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줬는데 무려 9460억원어치 팔렸다. 지금은 이미 프로야구 시즌이 진행 중인 만큼 더 이상 가입할 수 없다. '대박'을 친 국민은행은 앞으로 해마다 관련 상품을 내놓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평창의 기쁨을 누리세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계한 금융상품들도 눈길을 끈다. 국민은행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기념 e-공동구매 정기예금'을 오는 5일까지 판매한다. 인터넷뱅킹과 콜센터 상담원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6개월 만기,12개월 만기 등 두 종류다. 판매금액에 따라 이율이 올라간다. 12개월 만기 상품의 경우 최저 연 4.2% 금리를 보장하고 판매금액이 30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이면 연 4.3%,판매금액이 500억원 이상이면 연 4.4% 금리를 지급한다. 최저 가입금액은 100만원이다. 판매한도는 3000억원이다.

기업은행은 평창 유치를 기념한 '특별예금'을 판매 중이다. 3000만원 이상 10억원 이내로 가입할 수 있다. 올해 기업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이거나 8~9월 중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경우,더블찬스 정기예금 1000만원 이상 가입 때 0.05~0.3%포인트를 우대한다. 기본금리가 연 4.13%이지만 최고 연 4.43%까지 지급한다. 예금은 아니지만 예금처럼 이자를 지급하는 '중소기업금융채권(1년짜리)'도 함께 파는데 최고수익률은 연 4.55%다.

◆적금 · 카드 연계상품 '화제'


고금리 적금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적금은 우리은행의 '매직7 적금'이다. '최고 연 7.0%의 파격적인 이율을 제공한다'는 문구가 눈길을 잡아끈다. 연 7%짜리 금리의 비밀은 카드와 적금을 연계한 데 있다. 연 4.0% 기본금리에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전년 대비)만큼 추가 금리를 주는 식이다. 출시 후 2주 만에 1조원어치가 팔렸다.

'대박' 조짐이 보이자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상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는 질세라 카드 · 적금 연계상품을 내놨다. 'KB굿플랜적금'에 가입하고 'KB국민 굿플랜카드'를 사용하면 카드 이용액의 20%(월 최대 30만원)가 카드 결제계좌에 남아있는 잔액에서 적금 통장으로 자동 이체된다. 굿플랜적금은 1년만기 자유적립식이다. 연 4.0% 이자를 준다. 굿플랜카드 사용액의 일정액(최고 5%)과 적금 불입액의 일정액(6%)이 현금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금융포인트'로 적립된다. 최고 연 10% 고금리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하나은행도 '씨크릿카드'를 이용하면 매달 최대 5%의 카드 포인트가 '씨크릿적금' 계좌에 자동 이체되는 상품을 내놨다. 씨크릿적금은 가입기간이 2~5년인 장기 적금이다. 2년 만기 가입 때 기본금리는 연 4.1%,3년 이상 가입 때 4.7%,5년 이상 가입 때 5.0%다. 2명 이상 함께 가입하면 0.1%포인트,3% 이상 체중을 감량하거나,금연하거나,성적이 오르는 등 약속을 이행하면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장기기증 · 자녀명의 적금 등 '이색상품'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가입하거나 장기기증 등록을 하는 등 특별한 조건을 맞추면 높은 금리를 약속하는 이색 상품도 잇달아 등장했다.

하나은행은 장기기증 등록을 하면 추가 금리를 주는 '바보의 나눔 적금'을 내놨다. 1년만기 기본금리는 연 3.3%,2년 만기 때 4.1%,3년 만기 때 4.7%다. 장기기증 등록을 하면 0.5%포인트 등 우대금리를 최고 1.2%포인트까지 얹어준다.

농협의 '채움 같이의 가치 적금'은 다른 사람과 함께 가입하면 최고 0.8%포인트 우대금리를 준다. 국민은행의 'KB국민 프리미엄 적금'은 기본금리가 연 4.2%인데 5명 이상이 단체로 가입하면 최고 연 0.9%포인트(3년만기 가입 때)까지 금리를 지급한다. 여기에 급여이체나 카드이용 실적이 있으면 3년 만기 가입 때 최고 연 5.4% 금리가 가능하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