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수가 돈"…770만명 카페 가격이 20억?
인터넷 카페를 사고 파는 뒷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친목과 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를 매매하는 것은 포털에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카페 매매 사이트인 코브닥에는 카페를 매매하는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 사이트뿐만 아니라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포털에서 카페 매매를 검색하면 셀클럽，카페4989 등 카페 매매 사이트로 쉽게 접속할 수 있다.

◆당국,실태 파악조차 못해

카페 매매는 그 자체로 불법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서비스 약관 등을 통해 영리를 목적으로 카페나 ID를 매매하거나 카페 매매 의사를 밝히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홍진배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정책과장은 "매매와 양도 금지를 조건으로 도메인과 서버를 이용하는 카페가 약관을 어기는 것은 계약 위반으로 포털에서 제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또 매매가 이뤄진 후 신고하지 않고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불법"이라고 말했다.

카페 매매는 회원 수나 카페 종류별로 조금씩 다르게 가격을 매겨 이뤄진다. 회원 한 명당 10~100원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회원 수가 많으면 한 명당 몇 백원까지 가격이 오른다. 최근 회원 수 770만명의 카페가 20억원에 판매됐다는 소문도 공공연히 나돌면서 카페 매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 카페 운영자는 "카페를 운영하면 하루에도 몇 통씩 카페를 팔라는 쪽지가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털이나 당국은 이런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카페 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단순 운영권 양도인지,매매를 통한 것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총 800만개에 이르는 카페를 관리하다 보니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도 마찬가지다. 국세청 관계자는 "카페 매매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당연히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탈법 카페,세무조사 해야"

회원 수가 많은 카페를 사고 파는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공동구매 수수료 등으로 문제가 된 네이버의 '파우더룸'이라는 카페는 78만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뷰티 · 미용 정보 카페다. 이곳에서는 화장품 공동구매나 체험단 모집이 잦고 참여 인원도 많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가 지난달 29일 블로그에 쓴 글에 따르면 이런 체험단 모집에는 카페 운영자들에게 100만원，공동구매의 경우에는 판매 가격의 25%를 수수료로 줘야 한다. 또 카페 운영진이 운영하는 쇼핑몰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체험단 진행과 함께 수수료 35%를 추가로 내야 한다.

광고에 따른 수입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를 하려면 배너 하나당 수백만원을 내야 한다"며 "카페 앞에 있는 배너를 세어보면 카페의 순수 월수입이 수천만원은 넘을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카페 회원들은 최근 파워블로거들에 대한 세무 조사처럼 카페 운영진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해달라는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페 내의 거래는 전자상거래 관련 법령을 위반할 때만 규제가 가능하다"며 "수수료를 주고 받는 것만으로는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