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2) 아스팔트로 뒤덮인 대도시, 집중호우 땐 '도시홍수' 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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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도시형 防災대책 시급
도시계획부터 치수 우선해야…아파트에 저류시설 의무화, 하수관ㆍ배수시설 확충 필요
도시계획부터 치수 우선해야…아파트에 저류시설 의무화, 하수관ㆍ배수시설 확충 필요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와 강남 일대를 마비시킨 대규모 침수.지난달 27일 중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서울 강남지역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강남 일대의 하수관과 배수시설은 시간당 100㎜가 넘는 물폭탄을 감당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배수 인프라가 유지될 경우 언제든지 또다시 '도시홍수'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도시형 수해방재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방재',도시기본 계획에 반영돼야
대도시는 대개 콘크리트,보도블록,아스팔트로 덮여 있어 비가 내리면 물이 땅에 스며들지 않고 저지대로 몰린다. 서울 강북 지역의 경우 산이 많아 물이 상대적으로 빨리 빠지지만 저지대의 평지에 위치한 강남은 하수관 시설이 폭우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빗물이 역류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하수관이나 배수시설을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진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0년 빈도 · 시간당 75㎜에 견딜 수 있게 만든 하수관을 시간당 100㎜ 이상까지로 확충하고 저지대에는 배수펌프장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 물이 모이는 강남대로 등에는 대형 하수관을 만들어 이를 한강에 직접 연결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치수 · 방재 개념이 초기 도시계획에 반영돼야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재난에 대한 안전 개념이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베를린을 비롯해 유럽에선 재난에 대비한 도시기본계획이 보편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상준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지대는 지반을 높인 다음 그 위에 집을 짓는 등 토지 이용을 고려한 수방 대책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시급한 빗물 저장시설
문제는 예산과 시간이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하수관 및 빗물펌프장 등의 용량을 증설하는 등 수방 대책을 진행해 왔지만 예산 부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단시간에 하수관 인프라를 건설할 수 없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하수관 및 배수시설 전면 교체 등 장기적 대안과 함께 저류조 설치 등 단기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무영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단기 수방대책으로 개인 · 공공시설물에 저류조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아파트 지하에 가로 · 세로 10m에 5m 높이의 공간만 있으면 50만ℓ의 빗물 저장이 가능하다"며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도심에 빗물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게 이미 보편화됐다. 일본 도쿄엔 도심을 가로지르는 간다가와(神田川)에도 지하 저류지가 설치돼 있다. 간선도로 지하에 설치된 거대 터널로 집중 호우 때 넘쳐나는 물을 일시적으로 가둔다. 연간 강수량이 2500㎜에 달하는 말레이시아도 쿠알라룸푸르에 지하 저류터널인 9.7㎞ 길이의 '스마트터널'을 건설했다. 빗물 및 도로 겸용 터널로,평소엔 도로로 쓰이다가 비가 많이 내릴 때는 물을 임시 저장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신도시는 물론 서울에도 충분히 저류지를 만들 공간이 남아 있다"며 "빗물이 많이 모이는 곳에 저류지를 건설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방재',도시기본 계획에 반영돼야
대도시는 대개 콘크리트,보도블록,아스팔트로 덮여 있어 비가 내리면 물이 땅에 스며들지 않고 저지대로 몰린다. 서울 강북 지역의 경우 산이 많아 물이 상대적으로 빨리 빠지지만 저지대의 평지에 위치한 강남은 하수관 시설이 폭우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빗물이 역류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하수관이나 배수시설을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진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0년 빈도 · 시간당 75㎜에 견딜 수 있게 만든 하수관을 시간당 100㎜ 이상까지로 확충하고 저지대에는 배수펌프장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 물이 모이는 강남대로 등에는 대형 하수관을 만들어 이를 한강에 직접 연결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치수 · 방재 개념이 초기 도시계획에 반영돼야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재난에 대한 안전 개념이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베를린을 비롯해 유럽에선 재난에 대비한 도시기본계획이 보편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상준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지대는 지반을 높인 다음 그 위에 집을 짓는 등 토지 이용을 고려한 수방 대책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시급한 빗물 저장시설
문제는 예산과 시간이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하수관 및 빗물펌프장 등의 용량을 증설하는 등 수방 대책을 진행해 왔지만 예산 부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단시간에 하수관 인프라를 건설할 수 없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하수관 및 배수시설 전면 교체 등 장기적 대안과 함께 저류조 설치 등 단기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무영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단기 수방대책으로 개인 · 공공시설물에 저류조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아파트 지하에 가로 · 세로 10m에 5m 높이의 공간만 있으면 50만ℓ의 빗물 저장이 가능하다"며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도심에 빗물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게 이미 보편화됐다. 일본 도쿄엔 도심을 가로지르는 간다가와(神田川)에도 지하 저류지가 설치돼 있다. 간선도로 지하에 설치된 거대 터널로 집중 호우 때 넘쳐나는 물을 일시적으로 가둔다. 연간 강수량이 2500㎜에 달하는 말레이시아도 쿠알라룸푸르에 지하 저류터널인 9.7㎞ 길이의 '스마트터널'을 건설했다. 빗물 및 도로 겸용 터널로,평소엔 도로로 쓰이다가 비가 많이 내릴 때는 물을 임시 저장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신도시는 물론 서울에도 충분히 저류지를 만들 공간이 남아 있다"며 "빗물이 많이 모이는 곳에 저류지를 건설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