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 '뒤죽박죽'…일손 놓은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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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자원公·석유公 '지침' 없어 공모 못해
KIC, 전관예우 논란 우려 새 사장 발표 안 해
"말만 공모…될사람 조율하다 때 놓쳐"
KIC, 전관예우 논란 우려 새 사장 발표 안 해
"말만 공모…될사람 조율하다 때 놓쳐"
정부의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뒤죽박죽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관장 임기 만료가 코앞에 닥쳤는데 후임 사장 공모 절차도 시작하지 못한 공기업이 있는가 하면,공모 절차를 마치고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발표가 미뤄지는 곳도 있다.
공기업 임직원들이 후임 사장에 누가 올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일손을 놓는 등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대표적이다. 김신종 사장의 임기가 이달 29일 끝나지만 아직까지 공모 절차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연임이냐,신임 사장 선임이냐'에 대해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도 마찬가지다. 강영원 사장 임기가 다음달 18일 끝나지만 연임 여부 확정이 늦어져 회사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공모 절차에는 통상 2개월 이상 걸린다"며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기관장 임기 만료(7월20일)를 2주일가량 남긴 지난 7일에야 '늑장 공모'에 돌입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이천호 이사장의 임기가 지난달 25일 이미 끝났지만 지경부의 신임 사장 선임이 늦어져 어색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공기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후임 기관장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기존 기관장이 업무를 계속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 후임으로는 강승철 한국전력 감사가 12일 취임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투자공사(KIC)도 진영욱 현 사장 임기가 17일 끝나지만 신임 사장 발표가 나지 않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이달 초 사장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장 후보 추천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정상적이라면 사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김성진 전 조달청장과 김기범 전 메리츠증권 사장,최종석 전 하나은행 부행장 중 1명을 재정부가 청와대에 추천해야 하지만 청와대와 여론 눈치를 살피다 3명의 명단을 모두 청와대에 올렸다. 결정을 청와대로 떠넘긴 셈이다.
주택금융공사도 17일 임기가 끝나는 임주재 사장 후임으로 김경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와 노승대 현 주택금융공사 감사,유태준 전 신용보증기금 전무가 후보로 올랐지만 누가,언제 선임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공기업 기관장 선임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당초 경영평가 결과를 반영하되 가급적 연임은 배제한다는 방침이지만 평가 결과를 어느 정도 반영할지 미지수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과거 실적이 좋다고 무조건 연임할 수는 없다"며 "향후 과제 계속성 여부 등을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임 사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퇴임을 앞둔 사장들은 좌불안석이다. 한 공기업 사장은 "업무 보고를 받는 것도 멋쩍고 직원들 눈치도 보여 자리를 비우고 나올 때가 많다"며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면 연임 운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돼 이래저래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공기업 임직원들은 일손을 놓고 있다. 긴급한 현안이 아니면 신임 사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한 공기업 임원은 "신임 사장에 관료 출신이 올지,민간기업인 출신이 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중 산하 공기업이 가장 많은 지식경제부에서는 공기업 사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받지 않아도 될 오해를 받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역량 있는 사람을 골랐는데도 '때'를 놓치면 뒷소문만 무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요즘처럼 '낙하산 인사'문제가 이슈로 올랐을 땐 정부도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 사람을 임명할 수 없다"며 "하지만 자꾸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면 사장 자격이 충분히 되는 사람을 임명했을 때도 정치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사장 인사를 앞둔 공기업들 사이엔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기관장 인사가 늦어지면 직원들이 동요하고 일부 업무는 차질을 빚게 마련"이라며 "미리 '될 사람'을 정해놓고 공모를 하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고 말했다.
주용석/정종태 기자 hohoboy@hankyung.com
공기업 임직원들이 후임 사장에 누가 올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일손을 놓는 등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대표적이다. 김신종 사장의 임기가 이달 29일 끝나지만 아직까지 공모 절차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연임이냐,신임 사장 선임이냐'에 대해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도 마찬가지다. 강영원 사장 임기가 다음달 18일 끝나지만 연임 여부 확정이 늦어져 회사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공모 절차에는 통상 2개월 이상 걸린다"며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기관장 임기 만료(7월20일)를 2주일가량 남긴 지난 7일에야 '늑장 공모'에 돌입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이천호 이사장의 임기가 지난달 25일 이미 끝났지만 지경부의 신임 사장 선임이 늦어져 어색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공기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후임 기관장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기존 기관장이 업무를 계속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 후임으로는 강승철 한국전력 감사가 12일 취임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투자공사(KIC)도 진영욱 현 사장 임기가 17일 끝나지만 신임 사장 발표가 나지 않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이달 초 사장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장 후보 추천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정상적이라면 사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김성진 전 조달청장과 김기범 전 메리츠증권 사장,최종석 전 하나은행 부행장 중 1명을 재정부가 청와대에 추천해야 하지만 청와대와 여론 눈치를 살피다 3명의 명단을 모두 청와대에 올렸다. 결정을 청와대로 떠넘긴 셈이다.
주택금융공사도 17일 임기가 끝나는 임주재 사장 후임으로 김경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와 노승대 현 주택금융공사 감사,유태준 전 신용보증기금 전무가 후보로 올랐지만 누가,언제 선임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공기업 기관장 선임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당초 경영평가 결과를 반영하되 가급적 연임은 배제한다는 방침이지만 평가 결과를 어느 정도 반영할지 미지수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과거 실적이 좋다고 무조건 연임할 수는 없다"며 "향후 과제 계속성 여부 등을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임 사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퇴임을 앞둔 사장들은 좌불안석이다. 한 공기업 사장은 "업무 보고를 받는 것도 멋쩍고 직원들 눈치도 보여 자리를 비우고 나올 때가 많다"며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면 연임 운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돼 이래저래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공기업 임직원들은 일손을 놓고 있다. 긴급한 현안이 아니면 신임 사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한 공기업 임원은 "신임 사장에 관료 출신이 올지,민간기업인 출신이 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중 산하 공기업이 가장 많은 지식경제부에서는 공기업 사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받지 않아도 될 오해를 받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역량 있는 사람을 골랐는데도 '때'를 놓치면 뒷소문만 무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요즘처럼 '낙하산 인사'문제가 이슈로 올랐을 땐 정부도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 사람을 임명할 수 없다"며 "하지만 자꾸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면 사장 자격이 충분히 되는 사람을 임명했을 때도 정치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사장 인사를 앞둔 공기업들 사이엔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기관장 인사가 늦어지면 직원들이 동요하고 일부 업무는 차질을 빚게 마련"이라며 "미리 '될 사람'을 정해놓고 공모를 하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고 말했다.
주용석/정종태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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