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아 체감경기 개선…'일하는 복지'로 포퓰리즘 차단
정부는 30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 수준'에서 '4%'로 올리는 대신 성장률은 '5% 내외'에서 '4.5%'로 내렸다. 이에 대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률을 0.5%포인트 낮춘 것은 물가 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물가 등 서민생활 안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이 우선

정부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고용 · 성장 등 거시 지표는 대체로 양호하지만 서민 체감경기가 좋지 않고,유럽 재정위기 등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불안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에 4.3%에 달해 정부와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3±1%) 상단을 넘어선 상태다. 성장 중심인 이번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도 물가 불안을 최대한 잠재워 연간 상승률을 4% 선에서 막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거시 · 미시 정책이 총동원된다. 공공요금은 비용 절감을 통해 최소한만 인상하고,지방 공공요금 역시 인상폭이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치를 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독과점 품목의 수입 활성화를 위해 할당관세 품목을 올 상반기 108개에서 하반기 111개로 확대키로 했다.

정부는 올해 고용과 관련해서는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33만명의 취업자 증가를 예상했다. 당초 28만명보다 5만명 더 늘어난 것이다.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호조를 보여 경상수지는 기존 전망치와 같은 16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내년에는 4% 후반 성장에 3% 초반 물가,28만명 고용,10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를 전망했다.

물가 잡아 체감경기 개선…'일하는 복지'로 포퓰리즘 차단

◆일자리 중심 세제 개편

박 장관은 "하반기 경제정책은 서민생활 안정과 직결된 분야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물가 안정을 비롯해 고용과 내수기반 강화,사회안전망 확충 등 중점 과제 4개 중 3개가 이를 위한 것이다.

우선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존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투자세액공제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에 흡수시키는 식이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에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공기업 · 준정부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목표를 정하고,공공기관의 마이스터 · 특성화고 졸업생 채용 실적을 경영 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복지는 자활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키로 했다. 기초수급자가 취업해 수급 대상에서 벗어나더라도 의료 · 교육 지원을 주기로 했다. 일을 해서 소득이 늘어나면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저소득 근로자에게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 지원 행위를 감시하고,내부거래 공시의무를 강화할 계획이다. 세금 없는 부의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과세 방안도 세제 개편안에 넣기로 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