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국내 초고층, 해외선 플랜트…GS건설 '성장 날개'를 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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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 UAE 개척
일본과 유럽 '텃새' 뚫고 31억弗 고도화설비 따내 한국 업체 수주 '물꼬'
신성장 동력 발굴
여의도에 55층 초고층 타워, 해수담수화 '막방식 승부'
일본과 유럽 '텃새' 뚫고 31억弗 고도화설비 따내 한국 업체 수주 '물꼬'
신성장 동력 발굴
여의도에 55층 초고층 타워, 해수담수화 '막방식 승부'
2006년 12월 GS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발 문건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의 자회사인 테크리어.아부다비 서쪽 250㎞ 거리의 루와이스공단에서 자신들이 발주하는 그린디젤정유시설(GDP)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를 통과했다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공사입찰서를 제출한 GS건설은 1년여간의 치열한 수주 경쟁 끝에 공사를 따냈다. 최문철 GS건설 플랜트중동영업1담당 상무는 "낮은 공사비를 제시해도 무덤덤한 표정이더니 다른 중동 국가에서 유럽 · 일본 업체들보다 조기 준공한 실적을 보여주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가격경쟁력과 조기 준공 능력을 최대한 부각시켜 결국 공사를 따냈다"고 회고했다.
◆UAE 진출 기반된 GDP
GS건설이 GDP 공사를 수주하기 이전까지 한국 건설업계의 UAE 시장 진출은 전무(全無)했다. 시장을 미리 차지한 일본 · 유럽업체의 견제가 심했고,깐깐하기로 유명한 UAE 발주처들이 한국 기업을 신뢰하지 않았던 탓이다. 이런 이유로 GS건설의 GDP 수주는 "UAE 공사 수주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았다.
GS건설이 수주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테크리어가 입찰에 부친 루와이스 정유정제시설 입찰에서 한국 기업들은 7개 공구(100억달러) 중 5개 공구(96억달러)를 따냈다. GS건설은 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루와이스 패키지Ⅱ 공사를 확보하는 수확을 거뒀다. 공사비만 31억1000만달러(약 3조6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고도화설비(중질유분해탈황시설 · RFCC) 공사다. 다른 공구는 삼성엔지니어링 · SK건설 · 대우건설 등에 돌아갔다.
최문철 상무는 "UAE 건설 현장은 공정마다 허가가 까다롭고 현지 하청업체들의 텃세가 심해 유럽 업체들도 공기를 맞추는 사례가 드물었다"며 "공사 품질을 유지하면서 공기를 맞추는 GS건설의 시공 능력을 보고 발주처가 한국 업체에 입찰 참여 기회를 넓혀줬다"고 설명했다.
◆정유플랜트 부문 국내 최강자
GS건설은 정유플랜트 부문에 강하다. 공기를 맞추는 사업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도의 정제 능력이 요구되는 고도화설비 시공 능력도 수주를 넓혀가는 배경이다.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 시절부터 정유공장 건설에 참여해 노하우를 쌓은 덕이다. GS건설이 여수공단에 지은 GS칼텍스의 'No.3 중질유분해탈황시설'도 패키지Ⅱ와 동일한 방식이다.
고도화설비란 원유를 정제할 때 휘발유 등유 경유와 함께 나오는 값싼 벙커C유와 아스팔트를 다시 정제,휘발유 등의 석유제품으로 만드는 공장이다. 1차 정제 과정에서 남는 찌꺼기를 2차 정제를 통해 고부가가치의 석유제품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지상 유전(油田)'으로 불린다.
발전플랜트 부문 수주도 늘고 있다. 2009년 205㎿ 규모의 아르메니아 예레반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때 벌인 항공운송 작전은 지금도 건설업계에 회자되는 사례다. 내륙 국가여서 해운 운송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고지대인 아르메니아에 186t에 이르는 대형 가스터빈발전기를 나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GS건설은 영화 007시리즈 '어나더 데이'에 등장했던 세계 최대 규모의 러시아제 상용수송기(안토노프 AN-225)를 동원해 성공시켰다.
◆아파트 시장 진출로 급성장
GS건설은 아파트 시장에서 '자이(Xi)'라는 브랜드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2000년대 들어 GS건설이 급성장한 배경도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부동산 경기 호황과 관계가 있다. 서울 동부이촌동의 한강자이 656가구를 비롯해 서초구 반포자이 3410가구,고양시 식사동 일산자이 4683가구 등은 GS건설이 자신있게 내놓은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들이다.
성장세의 일등 공신이었던 주택사업 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07년 10월 19만90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1년 만에 3만7000원대까지 곤두박질했을 정도다. GS건설은 벌여놓은 아파트 사업장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적극적인 판촉 전략을 통해 미분양을 처분하는 등 다각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위기를 넘겼다.
GS건설은 최근 들어 초고층 건축물 공사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작은 여의도 금융타운의 랜드마크인 'IFC 서울 타워'다. 최고 55층짜리 3개동으로 구성된 이 빌딩은 열병합발전 · 빗물처리 · 태양열급탕 시스템 등을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친환경 건축물로 짓고 있다.
파주 LCD공장 건설에 적용한 클린룸 기술도 안팎에서 인정받고 있는 공사 노하우다. 회사 관계자는 "초고층 건물과 클린룸 등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을 뿐 아니라 기술력을 쌓으면 배타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라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토목분야를 육성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시공 현장으로는 목표대교,제2남해대교와 민자사업으로 추진 중인 의정부 경전철 등이 있다.
◆물 산업 등 신성장 동력 창출
GS건설은 미래성장 동력의 비전을 물 산업에서 찾고 있다. 해수담수화 사업이 그 중 하나다. 종전의 증발식이 아닌 막방식에 승부를 걸고 있다. 바닷물을 끓여 담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역삼투압 원리의 필터를 활용한 초대형 정수기(공장)로 바닷물을 걸러내는 방식이다. 세계 10위권 수처리 업체인 스페인 이니마(Inima) 인수전에도 뛰어 들었다.
이효은 신성장사업팀 부장은 "해수담수화 시장의 흐름이 막방식으로 옮겨가는 추세"라며 "지난해 저에너지 담수화 핵심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차세대 담수화 신공정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GS건설이 눈여겨보는 차세대 동력은 이 밖에도 많다. 국토해양부에서 주관하는 국책 과제에도 참여해 천연가스를 액화시키는 액화천연가스(LNG)플랜트 기술 개발도 추진 중이다. 프랑스 독일 일본 정도만 보유한 핵심 기술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분야다. 그린스마트빌딩,폐기물 자원화 시스템,에너지 · 소음 · 공기오염 제로 하우스 등 신기술을 접목한 신성장 사업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