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자이'로 대변되듯 '주택업체'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이미지는 주식시장에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런 GS건설의 주택부문 매출액 비중이 올 들어 15%로 떨어진 반면,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해외부문 매출이 그 3배인 45%로 높아졌다. 작년만 해도 주택(28.5%)이 해외(28.2%)를 앞섰던 사업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GS건설의 해외매출 비중은 내년엔 55%,2013년에는 60%로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올해는 GS건설이 해외 및 플랜트 중심업체로 재탄생하는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하반기 대규모 해외수주 집중

GS건설은 올해 해외 수주액 목표를 8조80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 2년간 GS건설의 해외수주 실적을 보면 1,2분기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가 3분기에 어느 정도 물꼬를 튼 뒤,4분기에 몰아서 하는 패턴이었다. 작년 해외수주 실적을 예로 들면 1분기 2000억원,2분기 3000억원,3분기 8000억원,4분기 5조원이었다. 4분기에만 90%가 몰렸다.

올해도 3분기부터 대규모 해외 수주 모멘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트남,브라질,우즈베키스탄,쿠웨이트 등지에서 단독입찰 등으로 확보하고 있는 해외 프로젝트 규모만 45억달러에 이른다. 경쟁입찰에서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프로젝트들도 17억달러 규모다. 이들 중 상당수가 3분기 내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따라서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시점에서 해외 수주 모멘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주요 해외 프로젝트에 본격 착공한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기록적인 해외수주 실적을 올렸다. 당시 해외 프로젝트 가운데 유난히 초대형 사업들이 많았다. 조 단위 규모의 해외 플랜트는 매출인식이 본격화되는 시공단계에 들어가기 앞서 설계작업이 필요한데,여기에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정유공장 확장 사업(3조5000억원),이집트 ERC 정유 프로젝트(2조4000억원),UAE 루와이스 4차 NGL(1조2000억원) 등 2009년 하반기에 수주한 기념비적인 초대형 사업들은 대부분 작년 말까지도 착공 전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수주만큼 매출이 시원하게 늘어나지 않은 이유도 여기 있다.

GS건설은 이들 프로젝트의 설계작업을 속속 끝내고 기자재 구매 및 시공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플랜트 수주물량은 설계,구매,시공 과정을 거치면서 매출이 발생한다. 이 중 설계 이후인 구매와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90~95%를 차지한다. 따라서 초대형 해외 프로젝트들의 매출인식이 본격화되는 올해가 GS건설이 다시 성장국면으로 진입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주택리스크 감소,양호한 재무구조

미분양 주택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의 미분양 주택은 1000채 내외다. 미분양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 말의 8000채와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올 하반기 용인성복자이,일산자이 등 수도권 잔여 미분양단지에 대한 프로모션이 예정돼 있고,광주첨단자이,대전센트럴자이 등 올 들어 중소형 평형 위주로 공급한 신규 주택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또 다른 주택 리스크 요인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이 2조5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 중 2조원 규모가 미착공으로 추정된다. 사업지의 입지여건 등으로 볼 때 큰 문제는 아니지만,절대적인 규모 자체가 가져다주는 압박감이 만만치 않아보인다. 다행히 대표적인 미착공 사업지인 서울 가양동과 청진동 사업이 곧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PF에 대한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양호한 재무구조는 프리미엄 요인으로 꼽힌다. GS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악의 주택경기에도 불구하고 순현금 상태를 유지해 왔다. 2007년 이후 괄목할 만한 해외수주 실적과 수도권 대단지 위주의 주택사업,안정적인 그룹공사 물량 등에 힘입은 결과다. GS건설 외에 순현금 상태인 대형 건설사는 국내외에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건설 정도가 거론될 뿐이다.

전통적으로 경영 투명성과 IR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프리미엄 요인으로 꼽힌다.

◆2007년 주가 프리미엄 재현할까

GS건설 주가는 국내가 중심인 2006년 이전까지 시장보다 낮은 밸류에이션(valuation · 기업가치 평가)에서 거래됐다. 2007년 해외부문이 급성장하면서 단번에 시장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런 주가 프리미엄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탓이었다. 금융시장이 붕괴되면서 레버리지(차입비율)가 큰 주택사업 리스크가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GS건설도 다른 주요 기업들처럼 금융위기 직전까지 국내 주택부문에서 확장 일변도의 공격적 정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피할 수 없었다.

GS건설은 지난 몇 년간 중동지역 화공 플랜트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업체다. 중동지역 수주성과가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올해부터 매출구조도 빠르게 해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신규사업을 자제한 결과 주택 리스크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제부터 2007년처럼 해외부문이 온전하게 부각될 시점이다.

sunillee@shinh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