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기관장 연임이나 임직원 성과급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평가지표를 자신에 유리하게 임의로 변경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기획재정부의 성과 지표가 부실해 각 기관의 재정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8일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운영 실태'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노동생산성과 자본생산성을 계산할 때 비용으로 반영해야 하는 '소송부채충당금' 273억여원을 임의로 지웠다. 재정부 평가단은 이를 알고도 보고서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수자원공사는 1.8점을 더 따냈다. 한국석유공사도 '해외개발사업 효율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투자한 석유광구의 매장량을 부풀려 3.9점을 더 얻었다.

성과지표도 문제로 지적됐다. 재정부가 공기업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재무 관련 지표는 '예산관리'와 '예산성과' 두 개뿐이다. 이 중 '예산관리'는 관리 시스템 구축 여부만 평가하기 때문에 실제 재정상태와는 상관이 없다. '예산성과'는 각 기관에서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과 총자산회전율(매출/총자산) 중 하나를 선택해 평가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각 기관의 재무상태를 평가 결과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석유공사는 2008년과 2009년 '예산성과'를 총자산회전율로 평가받아 2점 만점을 받았다. 감사원이 부채비율을 기준으로 재평가한 결과는 0점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년 부채비율이 524%에 이를 정도로 재정상태가 부실했지만 기관평가에서는 '우수'인 'A'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재정부의 평가지표 및 관리가 부실해 재정 상태가 엉망인 공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며 "성과를 왜곡해 높은 점수를 받은 기관에 대해서는 처벌 조치를 내리도록 통보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