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마을은 강원도 주문진에서 약 4㎞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동해 바다를 끼고 있는 이 마을은 짭쪼름한 바다 내음과 복사꽃 향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다. '복사꽃'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예전부터 복숭아 재배지로 유명했다. 하지만 2003년께부터는 복숭아 산지뿐 아니라 대표적인 농촌체험 마을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복사꽃마을 사람들이 2002년 여름 태풍 '루사'의 피해를 입은 뒤부터 다른 수익원을 연구한 결과 나온 것이 농촌체험 마을이다.

루사로 입은 피해는 막대했다. 주민 3명이 숨지고 전체 104가구 중 64가구가 완파 또는 반파됐다. 8㏊에 달하는 농경지가 유실됐다. 주민들은 컨테이너에서 구호품으로 연명했다. 하지만 마을주민들과 자원봉사자,강원도청 등이 힘을 합쳐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청정자연을 체험하고 무공해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휴가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구호품으로 넘쳐나는 옷가지를 이용해 축제용 허수아비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복사꽃마을은 복숭아,배,사과 등 친환경 농산품으로도 유명하다. 복숭아 나무에 제초제 대신 영양제로 우유를 살포해 당도가 높다. 농약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맛이 있다는 점 때문에 영동지역에 공급되는 복숭아의 70%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이 마을은 배로도 유명하다. 특히 9월 초에 생산되는 '황금배'는 진한 노란색에 과육이 부드러워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다. 제초제를 치지 않고 목초액,천혜녹즙 등을 이용한 농법으로 맛과 품질이 좋은 배를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6월 말부터 출하되는 자두와 가을철 사과 등이 유명하다. 또 목초액,한방영양제,우유 등을 활용한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쌀도 복사꽃마을의 특산품이다.

복사꽃마을은 농촌마을답게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이 준비돼 있다. 봄이면 봄나물 캐기와 모내기를 체험할 수 있다. 이 밖에 △복숭아 묘목 나눠주기 △전통놀이 체험 △마을사진 전시회 △바람개비 만들기 △보물찾기 △소원 담아 풍선 날리기 등 다채로운 체험 · 문화행사가 열린다.

여름엔 온 가족이 신리천에서 다슬기를 잡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신리천은 폭이 넓고 수심이 얕다. 물이 깨끗해 아이들이 놀기 안성맞춤이다. 모래바닥이 따끔거려도 지압을 위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기면서 간간이 마을에 있는 생태 선생님으로부터 수중곤충에 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물놀이 사이사이엔 자두와 옥수수로 간식을 때워도 그만이다.

7월 중순에 이곳을 방문하면 복숭아와 자두 수확,그리고 복숭아 병조림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복숭아밭으로 가려면 경운기를 타야 하는데 농촌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오히려 재미있어 한다. 복숭아 밭에선 2만5000원만 내면 온 가족이 복숭아 1박스를 채워 직접 집에 가져갈 수도 있다. 복숭아를 딸 때 급한 마음에 설익은 것을 고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목이 마를 땐 그 자리에서 딴 복숭아를 씻어 먹을 수도 있다.

8월 초부터는 허수아비 축제가 시작된다. 500여개의 허수아비가 각 테마별로 만들어져 볼거리를 제공한다. 실제 허수아비의 절반 크기도 안 되는 '미니 허수아비'를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 수도 있다. 아이들이 허수아비를 꾸미기 시작하면 슈퍼맨부터 뽀로로에 이르기까지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총집합이 된다. 허수아비를 만드는 중간엔 곤드레밥이 점심으로 나온다. 꽁치조림과 먹으면 그만한 음식 궁합도 없다. 가을엔 사과 · 배 따기와 고구마 구워먹기 등의 행사가 준비돼 있다.

마을 주변에 볼거리도 가득하다. 마을입구에 자리잡은 은행나무는 나이가 800년 정도로 추정된다. 높이는 22m,둘레 9.8m로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이 은행나무는 수나무라서 은행이 열리지 않는데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전설에 의하면 예전에는 은행이 많이 열렸지만 바닥에 떨어져 썩으면 악취가 심해 마을 사람들의 불만이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갔다고 한다. 어느날 노승이 이곳을 지나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부적을 써 붙인 후부터 은행이 열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서푸개울은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는 계곡이다. 재궁동에 있는 조그마한 계곡으로 갓바우골이라고도 불린다. 맑은 물,넓은 바위와 나무그늘이 있어 조용히 쉴 수 있다. 가족나들이 코스로 좋다.

두꺼비바위도 마을의 명물이다. 은행나무를 지나 서푸개울에 오르는 길이 시작되면 벚꽃나무아래 두꺼비모양의 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두꺼비가 멀리 뛰어오를 것 같은 모습이다.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의 두꺼비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한때는 할머니가 앉아있는 모습을 하였다 하여 할미바위라고도 불렸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오다가 강릉으로 진입하기 전에 속초,북강릉방향의 동해고속도로로 진입한다. 북강릉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7번국도를 이용해 주문진,속초방향으로 향한다. 주문진과 양양 경계가 가까워질쯤 Y자형 교차로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5㎞ 정도 들어오면 복사꽃마을로 오는 길이다. 홈페이지(http://dohwa.invil.org)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상담전화 033-661-5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