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팀 교체 후 수익률 저조…"여전히 투자 귀재" "거품" 논란
하지만 아니었다. 양해해운은 지난 14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현재로선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실제 투자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30년에 100만배 수익낸 '투자의 귀재'
1975년 봉제완구를 생산하는 조선아이앤씨를 창업했을 때만 해도 이 회장은 중소 제조업체 사장에 불과했다. 금융업계에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1988년.한미창투를 창업하면서부터다. 1990년대 중소 금융회사를 사고팔던 이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 회사를 모두 매각했다. 이때 만들어진 종자돈으로 지역 유선방송사(SO)를 헐값에 사들여 씨앤엠커뮤니케이션(C&M)을 설립했다. 2008년 3월 C&M을 맥쿼리 등에 1조4600억원을 받고 팔았다. 1975년 조선아이앤씨 창업 당시의 자본금 150만원이 30여년 만에 100만배 불어난 것이다.
이때부터 이 회장에게는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그 뒤 주식을 비롯한 여러 금융상품에 손을 댔다가 상당한 손실을 봤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한 관계자는 "1조4000억원의 재산이 80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고 전했다.
위기감을 느낀 이 회장은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 사모펀드(PEF) 부문 대표를 맡고 있던 송승욱 씨를 에이티넘파트너스 대표로 영입했다. 서울고 1년 후배이기도 한 송 전 대표는 에이티넘파트너스에서 부동산 투자와 비상장사 투자 등 PEF 관련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주식운용인력도 영입했다.
송 전 대표는 세간의 눈길을 끌었던 미국 석유개발회사 인수를 비롯해 서울 신문로 금호생명빌딩,서울 역삼동 ING타워 매입을 주도했다.
◆사람 쓰는 능력에 대한 평가 엇갈려
자산운용에 변화가 온 것은 지난해 2월이다. 송 전 대표가 물러나고 공무원연금 자산운용본부장 출신의 정경수 대표가 새로 영입됐다. 이후 에이티넘파트너스의 투자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미스터피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억원어치를 인수했지만 주가(1515원)는 행사가(1807원)를 밑돌고 있다. 지난 4월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했던 동양생명 역시 주당 매입가(1만8000원)보다 주가(1만2900원)가 낮다. 지난달 매입 계획이 나온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도 다른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 대표가 PEF 경험이 적은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주식운용본부의 인력 수준도 낮아졌다는 평가다. A자산운용사의 정모 펀드매니저는 "2009년 이후 해당 팀이 상당한 수익을 냈지만 이 회장이 성과보수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력 이탈이 심했던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 개인의 능력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은 사람 장사인데 성과보수가 아까워 우수한 운용인력을 놓친 점은 이 회장이 금융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머지않아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봉제완구 업체로 시작해 벤처캐피털,미디어를 차례로 거친 것에서 보듯 사업을 보는 이 회장의 눈이 매섭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무기로 유리한 기회를 언제든지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